‘진종오다운 경기 하자’고 다짐 또 다짐
“10m에서 5위하곤 다 내려놓았다”
9번째 격발에서 쏜 6.6점. 다른 선수였다면 메달 의지를 접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종오(37·KT)는 달랐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정신을 가다듬은 그는 선두와의 격차를 차근차근 좁히더니 대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따냈다. 그의 기록 ‘193.7’옆엔 ‘올림픽 신기록’이란 글자가 따라붙었다.
진종오는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센터에서 열린 50m 권총 결선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이 더 극적이었다. 6.6점을 쏜 9번째 격발 이후 그가 승부를 뒤집기는 힘들어 보였지만 기어코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진종오는 “6점을 쏘고 나서 정신 차렸다. 그렇게 실수를 한 게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잘못 조준한 상태에서 격발했다”고 당시 실수를 떠올린 그는 “잠시 자책을 하다가 ‘진종오다운 경기를 하자’고 마음먹고 다시 사대에 섰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7일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5위에 그쳤다. '사격 황제'의 자존심을 구긴 순간이었지만 진종오는 이 또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그는 “10m 공기권총 때 5위를 하고 다 내려놨다”면서 “그땐 너무 욕심을 부렸다. 뭔가 보여주려는 경기를 하다 보니 ‘진종오다운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진종오는 이날 역전 과정에 대해 “3위까지 올라갔을 때 ‘동메달은 따겠다’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그렇게 생각 하면 꼭 3등만 해서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올림픽 무대가 아직도 어렵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극적으로 승리하니, 아직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해 했다.
리우=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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