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딸 하이랑 놀러 가야죠”
‘엄마 검객’남현희(35·성남시청)는 충격적인 32강전 탈락에도 “후련하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남현희는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32강에서 니시오카 시호(27·일본)에게 12-15로 패했다. 1피리어드를 4-1로 앞선 채 끝낸 남현희는 2피리어드부터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6-7역전을 허용한 채 2피리어드를 마무리했다. 3피리어드에선 점수가 더 벌어졌다. 점수가 8-14까지 벌어지자 맹공을 퍼부으며 12-14까지 따라붙었지만 결국 마지막 한 점을 내주면서 32강 탈락의 쓴 맛을 봤다.
마음을 가다듬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뒤 “후련하다”는 말로 운을 뗀 남현희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들어서려고 했지만 부담이 없을 수가 없었다”며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테이핑 치료 탓에 온 몸이 테이프로 도배된 상태”라면서 “한 운동만 20년 동안 했으니 몸이 망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남현희는 “1세트가 끝난 이후 갑자기 몸이 묵직하고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몸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지니 스스로 불안해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현희는 “재미있게 주도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실제로는 안정적으로만 가려고 했던 것 같다. 많은 기술을 시도해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한국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4회 연속 출전한 남현희는 베테랑답게 “올림픽에 온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생각한다”며 후회를 빨리 털어냈다. 그는“나는 재미있게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지만 일본 선수는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일본 선수에게 져서 속상하긴 하지만 다시 열심히 운동하겠다”라고 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도전에 대해서는 “나도 내 몸 상태를 완벽히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운 심경을 드러냈다.
남현희는 그리운 딸 하이(4)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딸에게 쥐어주고 싶던 금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딸과 만날 생각에 조금은 들뜬 듯했다. 그는 “하이가 수영장, 놀이동산, 키즈카페 등 가고 싶은 곳을 5곳 꼽아놨는데 이제 손 잡고 가보려고 한다”며 웃어 보였다. 리우=윤태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