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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 기업사냥 공세… 독일 최첨단 기술 ‘야금야금’

입력
2016.08.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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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업 쿠카 45억유로에 인수

美ㆍ유럽, 안보 우려에 경계심 고조

중국 기업들이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독일 기업 사냥에 나서면서 독일 정치권 안팎에서 ‘차이나 머니’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독일 제조업을 발판 삼아 산업 고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인데, 독일에서는 핵심 기술과 기업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최대 가전업체 메이디(美的)는 독일의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쿠카(KUKA)를 최소 45억유로(약 5조5,000억원)에 인수해 현재 94.55%의 지분을 보유했다. 쿠카는 에어버스, 폴크스바겐 등에 로봇 장비를 수출하는 기업으로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 산업의 미래”라고 추켜세울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메이디가 인수 의향을 밝힌 지난 5월 귄터 외팅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나서 “쿠카는 유럽 산업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유럽 자본이 나서서 중국에 인수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할 정도였지만, 차이나 머니의 공세를 당해내지는 못했다.

독일 기업을 향한 중국의 ‘먹성’은 올 들어 더욱 왕성해지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올해 상반기 인수한 독일 기업은 37곳으로 이미 지난해 1년 동안의 기록인 39곳에 육박했다. 인수한 기업들의 면면도 반도체장비 제조업체 아익스트론, 화학공정설비 제조사 크라우스마파이, 오스람의 조명사업 부문인 레드반스 등 첨단 기술을 보유했거나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중국이 독일 기업 사재기에 나선 이유는 메이디의 앤디 구 부사장이 “중국은 독일의 탁월한 제조업과 장인 정신, 기술에 대한 헌신을 동경하고 있다”고 말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일 브랜드를 확보해 중국 기업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첨단 기술을 사들여 산업 구조를 혁신적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다. FT는 “특히 중국은 2020년까지 세계 10위 수준의 자동화 기술을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독일의 산업용 로봇과 같은 첨단 기술은 중국 제조업뿐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독일의 알짜 기술과 고객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가 “유럽은 힘을 합쳐서 사실상 국가가 운영하는 중국 기업들과의 불공정한 투자 경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에도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를 원하는 정치ㆍ산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기업사냥에 대한 경계는 유럽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제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달 28일 영국과 중국이 합작투자한 ‘힝클리 포인트C’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약 체결을 불과 하루 앞두고 재검토를 단행했다. 영국의 에너지 안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의회도 올해 초 식량 안보를 이유로 중국 국유기업인 캠차이나의 종자업체 신젠타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중국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 계약에 정부가 계속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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