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사이 20,21번째 같은 날 수확
계영 400m 金 더해 대회 3관왕
은퇴 후 복귀, 녹슬지 않은 기량
은퇴를 선언하며 잠시 왕좌를 떠났었지만 돌아온 ‘수영 황제’의 절대 권력은 여전했다. 불과 1시간 만에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황제의 시상식은 대관식만큼이나 화려했다.
9일 오후 10시(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아쿠아틱 스타디움. 북미 지역의 황금 시간대에 맞추느라 수영 경기는 밤 늦게 시작되지만 아쿠아틱 스타디움은 항상 관중과 취재진이 구름처럼 몰린다. 특히 이날은 ‘살아 있는 전설’ 마이클 펠프스(31ㆍ미국)가 20번째 금메달에 도전하는 주 종목 남자 접영 200m 결선이 벌어져 열기가 더했다.
남자 접영 200m에 앞서 벌어진 여자 자유형 200m 결선은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떠오른 ‘여자 펠프스’ 케이티 러데키(19)가 두번째 금메달을 거머쥔 ‘빅 이벤트’였지만 뒤 이어 등장한 펠프스와 비교하면 그저 ‘오프닝 매치’에 불과했다. 전광판 화면에 대기실에서 앉아 결전을 기다리는 펠프스가 등장하자 관중석에선 떠나갈 듯 함성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남자 접영 200m 결선. 펠프스를 포함한 8명의 선수가 스타트 블록 위에 섰다. 모두가 숨을 죽인 순간 갑자기 스타트가 취소됐다. 관중석에서 나온 작은 소음 때문이었다.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다시 스타트 총성이 울렸고 물에 뛰어든 펠프스는 쭉쭉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193㎝, 88㎏의 거구인 펠프스의 수영은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웠고, 한 마리의 거대한 돌고래를 연상시켰다. 턴에 이은 잠영과 돌핀킥(잠수해서 양 발을 모으고 위아래로 물을 차며 전진하는 영법)은 명불허전이었다. 1m 이상 물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간 뒤 10m 이상 미끄러지듯 전진했다. 경쟁자들에 비해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잠수한 뒤 제일 먼저 물 밖으로 나와 맹렬하게 두 팔을 휘저었다. 펠프스는 8㎏짜리 벨트를 착용하고 돌핀킥 훈련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첫 50m 구간만 2위로 돌았을 뿐 이후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뺏기지 않았다.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그의 기록은 1분53초36. 일본의 사카이 마사토(21ㆍ1분53초40)와 헝가리 타마스 켄데레시(20ㆍ1분53초62)가 뒤를 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접영 200m를 끝내고 약 1시간 뒤 펠프스는 다시 물에 뛰어들었다. 미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계영 800m에 출전했다. 펠프스는 마지막 선수로 나서 7분00초66의 기록으로 팀 동료와 금메달을 합작했다. 미국 팀의 4연속 우승. 영국의 마지막 선수 제임스 가이(21)가 맹렬하게 추격했지만 펠프스를 따라잡진 못했다. 영국(7분03초13)이 은메달, 일본(7분03초50)이 동메달을 땄다.
펠프스는 이날 한꺼번에 20,21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따며 지난 8일 계영 400m 우승을 포함해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개인 통산 최다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통산 메달 수도 25개(은ㆍ동메달 각 2개 포함)로 늘렸다. 또 올림픽 개인종목 중 한 종목에서만 4회 연속 메달을 딴 최초의 수영 선수가 됐다. 접영 200m에서 펠프스는 2개의 금메달(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을 목에 걸었고, 2012년 런던 대회에선 채드 르 클로스(24ㆍ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이날 31세40일을 맞은 펠프스는 남자 개인 종목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날 펠프스의 약혼녀 니콜 존슨과 지난 5월 태어난 첫아들 부머 로버트 펠프스도 경기장을 찾았다. 펠프스는 시상식 후 가족이 있는 자리로 가 부머 로버트와 입맞춤하며 기쁨을 나눴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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