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떨어졌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언론성명 채택이 중국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이로써 국제사회는 지난달 8일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북한이 감행한 3차례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공동 대응하는데 모두 실패했다. 사드 배치에 항의하며 대북 제재에 딴죽을 거는 중국의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10일 유엔 안보리의 언론성명 채택이 무산된 데 대해 “일부 이사국의 이견 제시로 안보리가 최근 단합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일부 이사국’은 중국을 지목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3일 북한 도발 직후 미국이 안보리 성명 초안을 회람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사국간 협의가 시작됐지만 8일 일부 이사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내용이 포함된 수정안을 돌렸다”며 “한국과 우방국들이 수정안 수용을 거부하면서 성명채택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미국은 초안을 회람시키면서 ‘침묵 절차(silence procedure)’를 진행했다. 24시간 내 이견을 제시하는 이사국이 없으면 그대로 채택되는 방식이지만 중국이 “본부에서 검토 중이다”, “본국의 훈령을 받지 못했다” 등의 이유로 7, 8차례 회람 시간을 연장하다 8일 수정안을 제출했다. 지난달 북한의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9일) 및 탄도미사일 3발 발사(19일) 당시 규탄 성명 채택 시도 때도 중국이 사드 문제를 거론하면서 제동을 걸었지만, 사드 배치 반대를 명시한 수정안을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이 초안에 즉각 반대를 하지 않았고 이전과 달리 침묵 절차를 수 차례 연장한 것을 보면 중국도 나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임 이사국으로서 부담도 느끼고 있을 것인 만큼 각국과의 협력을 통해 안보리 결의가 철저히 이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제동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성명 채택이 3번 연속 불발하자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예전과 다른 행보를 취하는 중국의 상황을 북한이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