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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 개편하라" 들끓는 여론… 정부 '갈팡질팡' 혼란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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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 개편하라" 들끓는 여론… 정부 '갈팡질팡' 혼란 자초

입력
2016.08.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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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ㆍ2013년 연료비 연동제

시행 방침 발표했다 흐지부지

“요금 인상 땐 국민 반발 극심”

정치적 판단이 시장 왜곡 시켜

“제때 인상 못해 정전 사태까지

저유가 지속…지금이 개편 적기”

정부가 전기요금체계 개편과 관련, 일관성 없는 정책과 오락가락 행태를 반복해 온 것이 결국 시장의 왜곡과 국민들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정희 정권 시절 징벌적 성격으로 만들어진 현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며 정부의 용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전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전기요금 개편을 추진하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정부는 2009년 유가가 급등하자 그 해 6월 에너지소비절약 대책의 하나로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국제 유가 등의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하겠다는 게 연료비 연동제의 골자다. 이듬해 2월엔 전기요금 산정기준을 개정하고 시행 근거도 마련했다. 2011년 7월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겠다는 구체적 일정도 나왔다.

그러나 2011년 시행을 앞두고 물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돌연 “시행을 연기하겠다”며 이를 백지화했다. 연료비 연동제 실시로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물가 상승과 국민들의 거센 저항 등 정권 차원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 시행을 전격 미룬 것이다.

이후 2013년에도 정부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고, 누진제도를 6개 구간에서 3개 구간으로 완화하는 개편안을 다시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이후 흐지부지됐다.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 한시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도를 완화한 바 있다. 당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분명히 누진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도 누진제를 완화할 의사가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올해는 폭염으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여론이 다시 들끓는 상황에도 정부는 9일 “누진제 개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9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의 창문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열려 있다. 연합뉴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9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의 창문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열려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정부는 전기요금체계 개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동안 모순적인 갈팡질팡 행보를 이어왔다. 전문가들은 연료비 연동제나 누진제 완화 후 전기요금이 올라갈 경우 국민들 반발이 극심할 것을 우려한 정치적 판단이 결국 시장을 왜곡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석광훈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2008년부터 원유 등 화석연료 가격이 급격히 올라서 발전 원가도 급등하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50% 가량 전기요금을 올렸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제때 인상하지 못했고 결국 소비가 늘어 사상 초유의 대정전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누진제 등으로 전기요금을 계속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수요와 공급이 조절이 안되고 소비자들도 자발적으로 가격에 반응하는 능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전기요금 제도를 개편하려면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이 낫다”고 말했다. 2010년대 초반 전기요금 개편이 추진될 때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높았다. 그러나 현재는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 전기료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설혹 전기요금이 인상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인상폭은 적을 것으로 보여, 지금이 적기라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현행 6개 구간으로 세분화한 전기요금 누진제도를 3,4개 구간으로 줄이고, 전기 적게 쓰는 사람은 단가를 올리되 많이 쓰는 사람은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당장 조정하기 어렵다면 점진적으로 시행해 충격을 완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따라 전기 사용량의 증가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오피스텔 건물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따라 전기 사용량의 증가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오피스텔 건물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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