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7.4% 가파른 하락
한국 신용등급 상승이 한몫
원화 강세에 수출업체 비명
원·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달러당 1,100원 밑으로 떨어졌다.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세계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마당에, 원화 강세 악재까지 맞닥뜨리게 된 하반기 경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10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1,106.10원)보다 10.70원 내린 1,095.4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5월 22일(1,090.1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내려선 건 지난해 6월 22일(1,098.80원)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브렉시트 결정(6월 24일) 직후 1,200원대 진입 목전(6월 27일ㆍ1,182.30원)까지 올랐던 원ㆍ달러 환율은 두 달도 안 돼 7.4%나 빠진 것이다. 연중 최고점(2월 25일ㆍ1,238.77원)과 비교하면 낙폭이 11.6%에 달한다.
이 같은 가파른 하락(원화 강세)은 ▦기대에 못 미치는 미국의 경제지표 ▦시장의 기대를 밑돈 일본의 경기부양책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2분기 비농업 부문 노동생산성은 전 분기보다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2일 발표된 6월 개인소득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0.2%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앞서 발표된 미국 경제성장률은 1.2%로 시장 예상치(2.6%)에 한참 못 미쳤다. 이런 부진한 지표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미뤄질 거란 전망으로 이어지며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지난달 일본은행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내놓은 것도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국제신용평가사 S&P가 8일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로 상향 조정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2,044.64)는 외국인 순매수세에 힘입어 연중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이 높아져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진데다, 신용등급 향상으로 국내 주식ㆍ채권이 신흥시장 중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에 수출업체들의 비명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환율이 3~4% 내리면 원화 매출 기준으로 1,000억원 전후 변화가 생긴다”고 밝혔을 정도다. 물론, 항공업계나 원자재를 수입 재가공하는 기업에겐 원화 강세가 호재이지만, 이 같은 ‘롤러코스터 환율’은 미래 수익에 대한 불안감을 높여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 역시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이 중장기적으론 다시 상승할 가능성에 좀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박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지금과 같은 원화 강세가 연말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원ㆍ달러 환율이 1,08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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