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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차기 대신 활시위… “장애에 굴복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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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차기 대신 활시위… “장애에 굴복하지 마세요”

입력
2016.08.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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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자 양궁 자흐라 네마티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꿈 꾸다

18세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 잃어

양궁 입문 6개월 만에 대표 발탁

최초 휠체어 선수로 올림픽 출전

첫 경기서 2-6 아쉬운 패배

“운동은 장애 극복의 으뜸 치료법”

휠체어를 타고 올림픽에 출전한 이란의 양궁 선수 자흐라 네마티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바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양궁 개인 64강전에서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휠체어를 타고 올림픽에 출전한 이란의 양궁 선수 자흐라 네마티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바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양궁 개인 64강전에서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어도 올림픽에 대한 꿈마저 잃은 것은 아니었다. 휠체어를 타고 올림픽에 나선 이란 여성 양궁 선수 자흐라 네마티(31)는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 64강전에서 인나 스테파노바(러시아)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치렀다. 양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기 규정이 같아서 휠체어를 타도 경기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네마티는 이날 세트점수 2-6으로 패했지만, 쏟아지는 박수와 격려를 받으며 꿈을 이루었다. 이날 경기에서 네마티의 첫 번째 화살은 10점 과녁에 명중했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서 마지막 화살이 3점 과녁으로 튕겨져 나갔다. 한 발의 실수로 1세트가 21-28로 끝났다. 2세트에서는 10점을 2발 쏘며 28-27로 승리했다. 그러나 3세트에서 26-28, 4세트에서 26-27로 아깝게 상대에게 점수를 내주면서 ‘올림픽 1승’의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 관중들은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냈고,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네마티는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어 매우 즐거웠다”며 “내가 여기서 행복하게 경기를 치르는 모습이 전세계 장애인들에게 영감을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네마티는 원래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가 꿈이었다. 태권도 유단자였던 그는 이란 태권도 국가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18세 때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에 손상을 입었고, 두 다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대신 네마티는 두 팔로 활을 잡았다. 2006년 양궁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네마티는 비장애인 선수들과 겨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등을 차지했다. 그는 “양궁 덕분에 나는 다시 살 기회를 얻었다”라며 “양궁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양궁은 그에게 새 인생을 선물했다. 2012년 런던장애인올림픽 양궁 개인전에서 이란 여성으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 네마티는 당시 “이란 소녀들에게 여성들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고, 메달도 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내가 그 편견을 깰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도 만났다. 그 대회에서 만난 남자 장애인 양궁 선수인 로함 샤하비푸어와 결혼했다. 이듬해에는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땄고, 지난해 아시아양궁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네마티의 현재 세계랭킹은 31위.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이번 리우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하는 그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휠체어를 탄 기수로 입장했다. 이란 역사상 여성이 올림픽 기수를 맡은 것도 처음이다.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 두 대회에 동시에 출전하는 경우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 출전했던 이탈리아 양궁 선수 파올라 판타토 이후 20년만이다. 그는 9월 개최되는 리우 장애인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네마티는 이날 그를 지켜보는 전세계 장애인에게 당부했다. “장애가 당신을 굴복시키도록 놔두지 마세요. 운동은 장애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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