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선수들, 야생 동물 인증샷 찍느라 분주
“지카 걱정 없다” 불참 선수 꼬집기도
포켓몬 캐릭터라도 나타난 걸까.
2016 리우 올림픽 골프 경기가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장에선 선수들이 골프채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포착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골프장 곳곳을 누비는 선수들의 모습은 올림픽 개막 직전 브라질에 출시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 이용자와 비슷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현실의 동물들이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10일(한국시간) 연습 라운드에 나선 남녀 선수들이 골프장 곳곳에서 야생 동물 인증샷을 찍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선수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동물은 ‘초원의 지배자’로 불리는 대형설치류 카피바라다. 쥐처럼 생겼지만 큰 몸집에 행동이 나름 귀여운데다 골프 코스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올림픽 골프 공식 트위터에는 세르히오 가르시아(33·스페인)와 베른트 비스버거(31·오스트리아)가 골프장의 대형 워터 해저드 앞에서 카피바라의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담는 모습이 공개됐다. 비스버거는 자신의 트위터에 “카피바라 2마리, 카이만 악어 1마리, 올빼미 3마리를 봤다”고 전하면서 “모기는 한 마리도 못 봤다”고 덧붙였다. 지카 바이러스를 핑계로 올림픽 출전을 거부한 선수들을 꼬집는 의도로 보인다.
현장 취재에 나선 영국 데일리 메일의 크리스 컷모어 기자도 자신의 트위터에 카이만 악어 사진을 올리면서 “로리 맥길로이는 지카 바이러스가 무섭다고 했는데 물 속에 뭐가 있는지 보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4위인 제이슨 데이(28ㆍ호주), 더스틴 존슨(32ㆍ미국), 조던 스피스(23ㆍ미국), 로리 맥길로이(27ㆍ아일랜드)는 지카 바이러스와 불안한 치안 등을 이유로 이번 올림픽에 불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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