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8월 10일
영국 화학자 제임스 스미손(James Smithson, 1765~1829)은 잉글랜드 노섬블랜드 1대 공작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부유한 과부였다. 옥스퍼드 펨브로크 칼리지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넉넉한 유산 덕에 평생 돈 걱정 없이 세상을 떠돌며 하고 싶던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가 행한 연구 목록에 커피 추출법, 눈물이나 뱀 독의 성분 조사 등이 포함된 걸 보면 그리 야심 찬 과학자는 아니었던 듯하다. 3월 8일의 탄생석 ‘스미소나이트(smithonite, 보석으로도 쓰이는 탄산염 광물의 일종)’를 처음 명명한 학자였고,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었다.
독신이었던 그는 재산 일체를 조카에게 물려준다는 유서를 남겼는데, 만일 조카가 죽어 증여 받을 가족이 없을 경우 미국 워싱턴D.C에 교육 관련 협회를 설립해 “인류의 지식을 늘리고 전파하는 일”에 쓰게 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7년 뒤 조카 역시 가족 없이 죽었다. 미국의 특사가 영국에 건너가 그의 유산을 현금화한 뒤 영국 금화 10만 4,960개를 보따리 105개에 나눠 담아 온 것은 1838년 8월이었다. 위키피디아 영어판에 따르면 당시 환율로 약 50만 달러(2015년 기준 약 1,100만 달러)였다.
미 의회는 돈의 용처를 두고 약 8년간 씨름했다. 그 사이 미 재무부는 그 돈을 아칸소 주 채권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고, 당시 매사추세츠 하원 의원이던 존 퀸시 애덤스가 총대를 매고 의회를 설득, 손실분을 국고로 채워 넣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그 곡절 끝에 1846년 8월 10일 미국 11대 대통령 제임스 포크가 스미소니언 협회(Smithsonian Institution) 설립 법안에 서명했다.
스미소니언 협회는 자연사박물관 등 19개 박물관과 9개 연구기관, 갤러리, 동물원 등을 갖춘 거대 인류 지식과 예술의 생산ㆍ확산 거점으로 자리잡았고, 매년 약 3,000만 명의 관람객이 무료로 협회 산하 박물관 등을 이용하고 있다. 일부 시설 보수ㆍ개축을 위해 2011년 협회가 시작한 기금모금 캠페인에는 거액 기부자와 협회 산하기관 임직원 외에도 시민 6만여 명이 동참했다고 한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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