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11월 터키 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얼어 붙은 지 약 9개월 만에 ‘화해 모드’로 전환된 모습에 서방 사회가 급히 긴장하는 분위기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궁을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약 1시간 반 동안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국 쿠데타 시도 이후 첫 외국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함에 따라 양측은 쿠데타 관련 입장을 재확인하며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터키를 “소중한 친구”라고 표현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모든 비헌법적 행동을 철저히 반대해 왔다”며 쿠데타 반대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또한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 후 자신이 외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 입장을 밝힌 사실을 상기시키며 터키가 에르도안의 지도 아래 헌정 질서를 회복하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의 우호 발언에 적극 화답했다. 에르도안은 푸틴의 지지에 “고맙다”고 사의를 표한 후 “양국의 협력이 많은 역내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관계 회복에 기대를 표시했다. 에르도안은 과거 러시아 전폭기 피격 사건 후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에게 말 전폭기 조종사 유족에 애도를 표하는 서한을 보내 양국 화해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과 터키의 첫 원자력 발전소 건립 등 경제 협력을 복원하기 위한 과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양국의 교역 및 경제 협력을 복구하기까지 공들여야 할 과제가 많다”며 “이 작업은 이미 시작됐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둘은 또한 시리아 사태, 테러 대응 방안 등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와 러시아가 9월 초 예정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보란 듯이 연대를 강화한 것은 양국이 미국, 유럽 등과 지속해 온 외교 갈등에 맞설 우군 확보를 위해서다. 터키는 난민 문제, 유럽연합(EU) 가입 문제 등으로 유럽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 오던 중 에르도안 정권의 쿠데타 세력에 대한 초강경 대응으로 EU와 재차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숙적인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에서의 군사 개입 등으로 서방 진영과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갈등을 겪고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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