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차를 이용해 오를 수 있는 곳 중 가장 높은 곳. 강원 정선의 고한읍과 영월상동읍, 그리고 태백시가 만나는 함백산 자락의 고갯길 만항재다. 고려 말 개성에 살던 주민들이 정선으로 옮겨와 살면서 고향을 그리는 망향(望鄕)이 되었고, 후에 만항(晩項)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여름이면 달맞이꽃과 개망초 등 갖가지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나 가히 천상의 화원이라 불릴 만 하다.
전국이 폭염에 타 들어 가지만 만항재의 아침은 옷을 여러 벌 껴입어야 할 정도로 서늘하다. 이른 새벽에는 안개와 이슬이 짙게 드리우는 고산지대로 햇볕이 잠시 잠깐 숨었다 나타났다 한다.
상상 속에서나 그려봤던 산신령들이 천상 세계가 이러한 모습이었을까. 한여름 만항재에 다투어 피던 야생화들은 절정을 지났지만 안개 낀 나무 사이로 파고드는 은은한 아침 햇살과 옅은 비가 내린 풍경은 화려한 꽃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더위에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됐다면 싱그러움이 영그는 만항재에 올라보자. 감자 밭으로 유명한 대기리 시골길은 덤이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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