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전당대회 이모저모
밀집모자 쓰고…야구 방망이 들고
후보들 현장 막판 표심 잡기 치열
새누리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9 전당대회가 열린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은 당의 화합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 정권 재창출을 다짐하는 목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4ㆍ13 총선 참패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해야 한다는 호소에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대회장을 찾은 5,700여명의 대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호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7월 전대 때와 같은 빨간색 재킷을 입고 행사장에 등장하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당 대표 후보자들은 이날 대회장 등장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회심의 카드를 내놓으며 막판 표심 잡기에 올인했다. 이정현 후보는 전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줄곧 고수해온 밀짚모자와 점퍼 차림으로 대회장을 누비고 다녔다. 주호영 후보는 ‘화합혁신 단일후보’라고 적힌 야구 유니폼 차림에 ‘4번 타자’라는 글자가 쓰여진 빨간 헬멧을 쓰고 등장해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을 연출하며 자신이 최강자임을 강조했다. 이주영 후보는 연설 도중 무대 한 쪽에 놓여있던 대형 당기를 뽑아 흔들며 “당기 앞에 모두 하나 돼 멋진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반석에 올리자”고 호소했다. 한선교 후보는 지지자들과 한 목소리로 “된다! 된다! 된다!”를 크게 외치며 연설을 시작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 대통령이 대회장에 나타나자 참석자들은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나 “박근혜”를 연호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를 따지며 반목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하는 당청 관계를 이어가자’는 메시지였다. 박 대통령이 15분 간 축사를 하는 동안 박수가 27번 나왔다.
후보자 정견발표가 시작되자 전대 막판 제기됐던 ‘계파 오더’ 논란 공방전이 불을 뿜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이주영 후보는 “대권주자들이 드러내놓고 조정하는 ‘상왕정치’ 그리고 ‘비박 단일화와 밀어주기’ 그 반작용으로 초래된 친박의 ‘오더 정치’가 있었다”며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와 친박계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에 맞서 주호영 후보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도 지지 않고 국민의 경고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당 대표를 하겠다고 나왔다”며 친박계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후보 정견발표가 끝난 뒤 가수 태진아의 축하공연이 이어지자 대회장이 일순 흥분의 도가니로 변하기도 했다. ‘동반자’ 노래가 흐르는 동안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박명재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와 박덕흠 의원은 무대 앞으로 몰려가 흥겹게 춤을 췄다.
전당대회가 사실상 계파 맞대결로 흐른 만큼 이날 계파 수장들의 동선도 주목을 받았다. 비박계 단일 후보인 주호영 후보 공식 지지를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는 등산화를 신고 밀짚모자를 쓴 민생투어 복장으로 대회장 2층 스탠드에서 지역구 당원들과 함께 행사를 지켜봤다. 김 전 대표는 투표를 마친 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하고 당을 위해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과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대회가 진행되는 도중 현장에 도착했다. 서 의원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당 최다선으로 병풍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누가 되든 당 화합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당의 무공천 방침에 떠밀려 탈당했다가 지난 6월 복당한 유승민 의원은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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