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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용등급 상승 소식이 경고로 들리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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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용등급 상승 소식이 경고로 들리는 까닭은

입력
2016.08.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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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사상 최고 등급이다. AA등급은 전체 21개 등급 중 상위 3번째로, 중국(AA-)보다 한 단계, 일본(A+)보다는 두 단계 위다. 이제 미국(AA+)을 비롯해 독일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이상 AAA) 등 6개국만 우리보다 높다. 세계적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에서 이례적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마냥 즐거워할 처지가 아니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S&P가 1995년 5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가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12월에 ‘B+’로 강등시켰던 기억이 새롭다. 신용평가는 경제 체질이나 미래 전망에 대한 게 아니라, 빚 갚을 능력이 우선이다. 경상수지는 52개월째 흑자이고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들면서 발생한 ‘불황형 흑자’인데도 신용등급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 바람에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출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몇 가지 돌발 악재만 튀어나와도 곧바로 경제가 추락할 수 있다. 브렉시트 확정이나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제둔화 등이 상존하는 위험 요인이다. 국민의 체감경기와도 거리가 한참 멀다. 유일호 부총리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기업은 선뜻 투자를 늘리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의 장바구니는 가벼워지고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낸 것도 그래서다.

더욱이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무엇 하나 확실히 진전되는 것이 없다. 노동이나 산업 구조개혁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 리스크가 커지면서 구조개혁 실행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미 지난해 말 무디스와 피치가 이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게다가 경제는 사면초가다. 수출은 역대 최장인 19개월째 내리막이고, 경제성장률도 3분기 연속 0%대다. 제조업 고용지수와 청년실업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향한 신성장동력 개발은 구호만 있을 뿐 실체를 느낄 수 없다. 대증요법인 추경도 조기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추세다. 당장 우리 철강기업들의 냉ㆍ열연강판이 미국 상무부로부터 관세 폭탄을 맞았다. 또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해 유무형의 무역장벽을 드리우고 있다. 그런데도 이 난국을 돌파하고 수습해야 할 사령탑인 정부는 국회만 탓하며 스스로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 신용등급 상승 소식이 오히려 경고로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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