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감찰담당관 등 서면경고
자기 식구 ‘셀프 감찰’ 한계 드러나
경찰이 지난달 대규모 특별조사단까지 꾸려 감찰한 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 성비위 사건과 관련,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 책임이 있는 주요 간부들을 사실상 징계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당초 우려했던 ‘셀프 감찰’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 셈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자문기구인 시민감찰위원회는 특조단으로부터 부산 SPO 성비위 사건에 연루된 17명의 징계 의뢰를 받아 이 중 사건을 적극 은폐한 부산 연제ㆍ사하경찰서장과 SPO 2명은 중징계를,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관 등 7명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요청했다. 반면 상급기관인 부산청 이상식 청장, 2부장(경무관), 청문감사담당관(총경), 여성청소년과장(총경) 등 4명과 경찰청 소속 감찰담당관(총경), 감찰기획계장(경정) 등 2명은 ‘서면경고’를 권고했다.
서면경고는 징계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경찰 징계위원회 회부되지 않고, 인사고과 부여시 감점요인으로 작용하는 정도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면경고를 받은 6명은 허위 보고를 받거나 보고 자체를 못 받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이 고려됐다”며 “그렇다고 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만큼 지휘ㆍ감독 책임을 물어 징계보다 낮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ㆍ사회단체는 물론 경찰 내부에서조차 셀프 감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결정을 내린 시민감찰위는 자체 조사권이 없어 특조단의 감찰 결과 만을 토대로 권고안을 내 경찰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선의 한 경찰 간부는 “경찰청장이 직접 고개를 숙여 사과할 만큼 사안의 심각성이 중한데도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휘 책임이 서면경고에 그친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일각에서는 이상식 부산청장에게 면죄부를 준 배경에 이달 말 경찰청장 교체를 앞두고 차기 수뇌부 인사를 감안한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북 경주가 고향인 이 청장은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를 제외한 5명의 치안정감 중 유일한 대구ㆍ경북(TK) 출신이다. 때문에 차기 인사 때 서울경찰청장 등으로 수평 이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전 정지작업을 했다는 얘기다. 경찰청은 10일 오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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