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 와중에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6명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개인적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중국 측에 한중관계 발전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강화 등을 역설하며 나름 노력했지만, 청와대의 공개 비판으로 본의 아니게 정쟁의 중심에 서게 된 데 따른 부담 때문이다.
김영호 의원을 비롯한 더민주당 방중단은 9일 베이징(北京)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방중의 의미가 침소봉대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후 흔들리고 있는 한중관계의 현실을 살펴보고 의원외교 차원에서 바람직한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하고자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공개적으로 ‘중국에 경도된 사드 반대론자들의 방중’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가중된 것을 두고서다. 소병훈 의원이 “찬반 의견과 무관하게 한국의 의원들과 자주 소통하고 논의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중국 측 인사들의 의견을 강조해서 전달한 것도 같은 이유다.
방중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만 애초부터 중국 현지에선 찬반 입장을 자제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방중 목표가 흐려지면서 불필요한 논란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의원들은 베이징대나 판구연구소 측과의 좌담회에서 사실상 한국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한국 국민들의 북핵 공포를 중국 측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 확대와 공조 강화를 촉구했다. 또 중국 언론들의 과도한 ‘한류 때리기’를 반복해서 지적했다. 중국 측 인사들이 사드 반대론을 거듭 주장할 때면 한중관계를 유지ㆍ발전시키자는 당위론으로 비켜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과는 무관하게 전날부터 진행된 방중 행보는 이미 정쟁의 한복판에 위치했다. 지난 6일자 1면 머릿기사로 의원들의 방중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기사가 기왕의 정치적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고,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에 이은 박 대통령의 방중 비판이 결정타를 날렸다. 중국 현지에서도 김장수 대사가 조찬간담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채 중국 측 인사를 만남으로써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대한민국 대사관으로부터 배척당했다”(방중단의 한 의원)는 얘기까지 나왔다.
문제는 귀국 이후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 언론 등에 악용될 것이란 우려는 씻어냈지만, 이미 국내에선 박 대통령이 꺼내든 색깔론을 두고 여야가 감정싸움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내 대표적 ‘중국통’인 김영호 의원은 “준비단계에서부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방중 일정을 마무리한 뒤 당 지도부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 모두 사드 찬반을 떠나 한중관계의 근간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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