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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양, ‘100초 승부’서 아시아 첫 金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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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양, ‘100초 승부’서 아시아 첫 金물살

입력
2016.08.0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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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선수들 마지막 미개척지서

남아공 클로스 등 따돌리고 정상에

“호주 호튼과의 갈등 신경 안 쓴다”

중국 쑨양이 9일 리우데자네이루 아쿠아팃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우승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오성홍기를 펼쳐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리우= AP연합뉴스
중국 쑨양이 9일 리우데자네이루 아쿠아팃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우승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오성홍기를 펼쳐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리우= AP연합뉴스

남자 자유형 200m는 1분40초 내외에서 레이스가 끝나는 ‘100초의 승부’다. 역대 올림픽 수영 자유형 200m결선 중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경기는 2004년 아테네 대회였다. ‘인간 물고기’ 마이클 펠프스(31ㆍ미국)와 네덜란드의 멀티 플레이어 피터 반 호헨반트(38), ‘인간 어뢰’ 이언 소프(34ㆍ호주), 호주의 또 다른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36) 등 4인방의 대결을 두고 언론들은 ‘금세기 최고의 승부’라고 칭했다. 모두 호주와 유럽권 선수들이다. 결국 이언 소프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종목은 아시아 선수들이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보루였다. 남자 자유형 200m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아시아 선수에게 금메달을 허락하지 않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박태환(27ㆍ인천시청)과 쑨양(25ㆍ중국)이 공동 은메달, 이에 앞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이 은메달을 딴 게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이었다. 자유형 400m가 최근 10년 째 아시아 선수들의 독무대인 것과 대비됐다. 자유형 400m에서는 2008년 박태환이 금메달, 장린(29ㆍ중국)이 은메달을 나눠가졌고 2012년에는 쑨양이 금메달, 박태환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쑨양이 드디어 이 벽을 넘었다.

쑨양은 9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아쿠아틱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4초65 만에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쑨양은 150m 구간에서부터 선두로 치고 나온 뒤 마지막 구간에서 2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채드 르 클로스(24ㆍ1분45초20)와 미국의 코너 드와이어(27ㆍ1분45초23)를 넉넉히 따돌렸다.

이번 결선은 쑨양과 파울 비더만(30ㆍ독일)의 ‘신구 황제’ 대결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비더만은 이 종목 세계신기록 보유자다.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1분42초00에 레이스를 마쳤다.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하지만 전신 수영복을 입고 만들어낸 기록이라 의미가 퇴색됐다. 폴리우레탄 재질의 첨단 전신 수영복 착용이 전면 금지된 것은 2010년 1월부터다. 전신 수영복을 입을 수 없게 된 이후 국제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비더만이 오랜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1분45초84로 6위에 머물렀다. 이번 올림픽 남자 개인 혼영 400m에서 일본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신성’ 하기노 고스케(22)도 1분45초90으로 7위에 그쳤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린 자유형 400m에서 맥 호튼(20ㆍ호주)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은메달에 만족했던 쑨양은 대회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쑨양은 이번 우승으로 현재 올림픽에서 치르는 남자 자유형 개인종목 5개(50mㆍ100mㆍ200mㆍ400mㆍ1,500m) 중 3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최초의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또 올림픽 경영 개인종목에서 5개(금3, 은2)의 메달을 따 아시아 선수로는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쑨양은 경기 뒤 “이번 금메달은 400m와 1,500m 금메달 보다 훨씬 의미가 크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시상식장에서도 금메달을 입에 깨물고 환호하는 중국 관중 한 명 한 명에게 손을 흔들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쑨양은 실력은 뛰어나지만 평소 사생활이나 인성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악동’ 이미지를 갖고 있다. 2013년 무면허 운전으로 도마에 올랐고 이듬해인 2014년에는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닌’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돼 3개월 자격 정지를 받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맥 호튼이 쑨양을 가리켜 “속임수를 쓰는 선수” “약물 사용자”라고 말해 중국과 호주 사이에 갈등이 일기도 했다. 중국 측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호주 선수단장이 일축하며 국가 간의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쑨양이 자유형 200m 우승을 차지한 직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쑨양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오늘 가져온 메달을 보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맥 호튼과 감정싸움에 대해 “나는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경기 외적인 부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호튼은 좋은 수영 선수지만 중국 선수에 불만이 있든 없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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