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아버지를 잃은 30대 미국 여성이 아버지의 심장을 기증 받은 노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했다. 부친은 없었지만 그의 맥박을 느끼며 인생의 새로운 막을 올린 한 신부의 이야기가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5일(현지시간) 초등학교 교사 제니 스테피언(33ㆍ여)은 부모님이 결혼했던 펜실베이니아주 스위스베일의 교회에서 폴 매너(34)와 소박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미국 abc방송 등이 보도한 결혼식에서 스테피언을 결혼식장의 단상까지 인도한 사람은 전날 처음 만난 아서 토머스(72)였다. 토머스는 스테피언의 친부도 양아버지도 아니었지만, 그의 몸 속에서는 제니 스테피언의 아버지 마이크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요리사였던 마이크 스테피언은 2006년 9월 퇴근 도중 노상에서 10대 강도에게 살해당했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을 거두기 직전 스테피언의 가족은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심부전으로 16년 간 심장 기증자를 기다리던 토머스가 그의 심장을 이식 받았다. 심장이식을 계기로 연락을 주고 받던 토머스에게 스테피언은 지난해 10월 결혼식에 함께 입장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토머스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스테피언의 요청에 응낙했다.
결혼식 전날 스테피언에게 달려온 토머스는 제일 먼저 자신의 손목을 내밀었다. 아버지의 맥박이 가장 강하게 뛰고 있는 부분을 신부가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스테피언은 10년 만에 아버지의 맥박을 느끼며 신부행진을 한 후 토모스의 왼쪽 가슴에 조용히 손을 올려놓았다. 토머스는 “심장을 받은 덕분에 내 아이들이 커가는 것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스테피언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걸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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