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수단의 도핑 파문으로 개막 전부터 시끄러웠던 리우 올림픽이 경기가 진행되면서 약물 복용 전력을 둘러싼 선수들의 가시 돋힌 설전이 가열되고 있다. 라이벌 선수의 과거 도핑 전력을 거론해 기선 제압을 하려는 것인데, 발언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미국 여자 수영 대표 릴리 킹(19)은 9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의 율리야 에피모바(24)가 여자 평영 100m 준결승전에서 1위를 기록하자 “에피모바는 도핑 괴물”이라며 “나는 (몸이) 깨끗한 상태로 리우에 왔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에피모바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도핑 검사에 걸려 16개월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뒤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다.
킹은 이어 열린 결선에서 에피모바를 제치고 금메달을 딴 뒤에도 “이번 경기 결과는 깨끗하게 경쟁을 해도 훈련과 노력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최고가 되는 올바른 길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킹의 발언은 에피모바처럼 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미국 육상 대표 저스틴 게이틀린(34)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취재진이 게이틀린의 리우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견을 묻자 킹은 “도핑 적발된 사람들이 팀의 일원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호주 수영선수 맥 호튼(20)도 지난 7일 열린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중국의 쑨양(25)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딴 뒤 쑨양을 겨냥해 ‘약물 사기’라는 표현을 썼다가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프랑스 수영 대표팀의 카미유 라코르도 이날 쑨양이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따자AFP와의 인터뷰에서 “시상식 장면을 바라보며 역겨웠다”며 “수영은 결승전마다 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2~3명은 있는 그런 스포츠로 변질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선 “쑨양은 소변이 보라색”이라며 직설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영국 선수단도 러시아 선수단의 대회 출전을 허용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조치를 공식 비판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도핑 관련 설전 수위가 높아지자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을 상대로 입단속에 나섰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조직위는 각국 선수단에 상대를 헐뜯는 발언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선수들은 모두 동등한 조건에서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선수들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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