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부산세관 직원들이 필리핀에서 부산 신항에 막 도착한 컨테이너를 열고 수색을 시작했다. 서류 상으로는 분명히 나무 의자로 신고가 돼 있었는데, 컨테이너 안 육각형 나무 상자에는 20만 갑이 넘는 국산 담배들이 빼곡했다. 해외로 수출된 담배를 몰래 들여와 국내에 유통시키려는 담배 밀수조직의 작품이었다.
부산세관에 붙잡힌 밀수총책 조모(53)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43만갑의 담배를 이미 국내에 유통시킨 상태였다. 나무의자 수입이라고 거짓 신고를 한 뒤 대구에 있는 보세창고에서 통관을 받겠다는 허가를 받아 담배를 트럭에 싣고 대구로 가는 도중, 미리 준비한 나무 의자로 바꿔 치는 수법이었다. 조씨는 필리핀 밀수조직으로부터 갑당 1,300원 정도에 구입해 국내로 들여온 다음 부산 국제시장 등 상인들에게 2,700원 정도에 판매해 갑당 1,400원 가량 차익을 남겼다.
또 다른 밀수조직원 권모씨(53)는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영국산 담배 49만9,800갑(22억원 상당)을 부산항 보세창고로 반입한 뒤 한국에서 제조한 플라스틱 공구함이라고 거짓신고를 하고, 스페인으로 밀수출을 하려다 세관에 적발이 됐다. 스페인에서 영국보다는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통관이 덜 까다롭다는 점을 노리고 밀수출을 시도한 것이다.
베트남에서 직물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모(73)씨는 전통적인 방식의 담배 밀수입을 시도하다 덜미가 잡혔다. 지난 1월 베트남 현지에서 국산 담배 3만8,720갑(1억8,000원 상당)을 직물 의류 용품을 실은 컨테이너에 몰래 숨기는, 소위 ‘심지 박기’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관세청은 지난 1월부터 밀수 등 담배 불법 반입에 대한 집중 단속을 펼쳐 관세법 위반 혐의로 조씨를 구속하고, 박씨와 권씨를 포함한 5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관세청 관계자는 “작년에 담배 값이 오르면서 시세 차익을 노린 갖가지 방식의 담배 밀수나 중계무역을 하는 것처럼 속인 해외로의 밀수출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이번 집중 단속을 통해 총 239건(180만갑)의 담배 불법 반입을 적발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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