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거 사람이야?”
호주 출신 아티스트 엠마 핵(Emma Hack)의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이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말한다. 배경에 표현된 꽃과 기하학적 패턴 등을 경계 없이 그대로 이어 여성 모델의 몸에 그려 넣은 엠마 핵의 작품들은 언뜻 봐서는 모델이 인식되지 않을 만큼 정교하다.
사비나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엠마 핵의 작품 49점을 소개하는 기획전 ‘보디플라워-우리 몸이 꽃이라면’을 10월 30일까지 열고 있다. 보디페인팅 아티스트로 활동하다 2005년부터 사람의 몸에 배경을 그려 넣는 ‘카무플라주(위장술)’ 아트를 시작한 엠마 핵의 작품이 개인전 형태로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2001년 홍콩에서 열린 스위스의 세계적인 보디페인팅 대회에서 우승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기 시작했으며, 2013년 제작한 벨기에 가수 고티에의 뮤직비디오가 유명해져 세계 무대에서 널리 알려졌다.
배경과 인물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는 것이 핵심인 엠마 핵의 작품은 궁극적으로 육체와 정신, 외부세계와 내부세계 등 이분법적인 세계 탐구를 지향한다. 패턴의 자연스러운 이어짐에 초점을 뒀던 초기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작품에 나비와 새, 다양한 동물을 인물과 함께 등장시킴으로써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적 정서도 담아낸다. 공작새 등 다루기 어려운 몇몇 동물들을 제외하면 모두 살아있는 동물들이다.
사람의 몸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만큼 중간에 작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 캔버스에 먼저 밑그림을 그린 후 모델을 자리잡게 한 뒤 어깨를 중심축으로 잡고 몸의 나머지 부분을 그려 넣는데 최소 8시간에서 많게는 20시간 가까이 걸린다. 긴 작업 시간 동안 모델은 처음 서 있던 자리를 벗어날 수 없고 작가 또한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완성까지 과정이 쉽지 않다.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엠마 핵은 지난달 21일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와 모델에게 모두)고통스러운 작업이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 모델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늘 즐기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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