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배우 박해일이 오랜만에 영화 '덕혜옹주'로 대중 앞에 섰다. 영화 홍보 차 나간 라디오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갑작스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해일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라디오를 나와서 증명사진이 잘 나와 프로필로 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조금 놀랐다.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곳에서 찍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젠 영화로 존재감을 보여드리고 싶다. '덕혜옹주'를 통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배우 본연의 행보에 집중하고 싶어 했다.
-'덕혜옹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이래저래 촬영했던 기억들이 많이 났다. 정상훈 형님의 바닷가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고 스태프들과의 좋은 기억도 있다. 아무래도 내가 찍은 작품을 처음 보면 전체적으로 들어오기보다 이런 생각들이 난다."
-덕혜옹주보다 분량이 많더라.
"원래 옹주보다 주변이 바쁜 법이다(웃음). 손예진보다 많이 나왔을 수도 있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전작 '모던보이' 때 같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뤘는데 이 시대를 또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진중하게 다가갈 기회를 찾다가 허진호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김장한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김장한의 매력은 뭔가.
"역사적 인물로 대표되는 것이 덕혜옹주라면, 김장한은 가장 영화적인 인물이다. 관객 분들한테 덕혜옹주의 삶을 이해시켜주는 역할도 하고, 영친왕 일가를 망명시키려고 하고, 덕혜옹주를 귀국시키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한다. 캐릭터가 드라마적으로 잘 안착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역을 맡은 이효제, 여회현은 어땠나.
"두 분은 싱싱하고 신선한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웃음). 일단 첫 포문을 멋지게 열어준 것 같다. 이효제가 '글 장자, 한수한'이라는 대사를 할 때 촬영장에 같이 있었다. '잘해보자' 악수하고 추운데 담요도 깔아줬다. 두 분 모두 멋지게 연기를 해준 덕에 바톤을 잘 받았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가능한 김장한 정체를 숨긴다던데.
"두 인물 버전으로 나온 시나리오였다. 고종황제 딸과 약혼할 아이, 그리고 언론인인데 결국엔 같은 인물이다. 첫 장면부터 나이든 김장한이 나오는데 눈썰미 좋은 관객 분들이 설마 모를까. 그래서 허진호 감독님이 다 오픈하고 가는 방향으로 정하신 것 같다."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들이 많다.
"감독님들이 욕심을 내시는 시대인 것 같다. 총도 쓸 수 있고 많은 문화가 유입될 시기라 볼거리도 화려하다. 드라마적 정서도 강하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의상도 독특하고 소재나 역할도 무궁무진하다."
-같은 배경의 다른 영화도 봤나.
"물론이다. '암살' '아나키스트' 등을 봤다. '덕혜옹주'는 (사랑의 감정을 주로 다루던) 허진호 감독님이 연출해서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첫 작업이었는데 허 감독님 스타일이 직접적인 방식을 피하시는 스타일인 듯하다. 덕혜옹주와 김장한도 묘한 거리감을 두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덕혜옹주를 향한 김장한의 마음은 뭐였나.
"한 때 약혼할 뻔한 사이였고, 인간애도 있겠고, 충성심도 있을 것 같다. 생각을 해보면 덕혜옹주는 삶 자체로 안타까운 인물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도 덕혜옹주와 같은 비극적 삶을 살았다고 하면 얼마나 불쌍하겠나. 안타까운 심정이 컸을 것 같다."
-그런 비극을 연기한 손예진은 현장에서 어땠는지.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하는데 나 같아도 그럴 것 같다. 굉장히 오래 여운이 남을 인물이다. 아무래도 연말까지는 그 감정이 이어지지 않을까. 촬영 때 손예진은 명확했다. 준비가 되면 감정을 쏟아냈고, 끝나면 스태프나 우리와 수다를 떨었다."
-김장한으로서 힘주어 연기한 부분이 있다면.
"덕혜옹주가 15년 정신병원에 감금됐다는 걸 알고 가는 기자회견 장면이다. 김장한에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절박한 심정을 담았다.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멘트는 촬영 초반에 찍었다. 그래서 이 대사를 한다는 것이 잘 다가오지 않아 한참을 생각하고 찍었다. 찍고나서 보니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인 김장한의 진정성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극 흐름이 진지하지만 곳곳에 웃긴 장면도 있다.
"라미란과 윤제문 선배장면에서 정말 빵터졌다. 라미란을 째려보는 눈빛이 너무나 정확하게 표현이 됐다. 후시녹음하면서도 웃었다. 복합적인 악역 느낌이라 좋았다. 악동 같은 느낌도 담겨있었다. 내가 연기했다면 그런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윤제문 선배는 내가 극단시절 포스터 붙이러 다닐 때부터 무대에 오르셨던 터라 친분이 있다."
-다시 연극 할 생각도 있나.
"잘 모르겠다. 연극은 자주 보러 다니니까 언젠가 무대에 오를 날도 있지 않을까. 드라마도 많이 물어보시는데 지금은 영화에 집중하다보니 영화 쪽에서 깊이를 가져가고 싶은 생각이 크다. 활동 열심히 하겠다."
사진=이호형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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