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찾아 ‘감세’를 골자로 한 경제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도 사흘 후 대선 최대 승부처이자 경제 이슈에 민감한 디트로이트에서 유세가 예정돼 있어 미국 대선전의 무게중심이 경제공약 대결 구도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이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국내 경제공약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미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세금 문제에서 클린턴은 ‘부자 증세’, 트럼프는 ‘부자 감세’로 대치하고 있다. 클린턴은 연간 소득 500만 달러(약 5억4,000만원) 이상의 소득 최상위층에 대해 4%의 부유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트럼프는 이날 디트로이트에서 최상위층 소득세를 현행 39.6%에서 33%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애초 25%로까지 인하할 방침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포인트나 올라가긴 했으나 부자 감세 기조는 그대로 이어갔다.
최저 임금의 경우, 클린턴은 현행 시간당 7.5달러를 15달러로 인상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민주당 경선 초반 12달러 인상안을 내놓았으나,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후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15달러 인상안을 전격 수용했다. 트럼프는 애초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다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트럼프는 지난 5월 NBC방송 인터뷰에서 “최저 시급이 좀 더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인상안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와 연관이 큰 통상정책을 보면,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경선 때부터 “TPP에서 탈퇴하고 미국의 근로자를 위해 싸울 수 있는 가장 터프하고 현명한 무역 협상가를 임명하겠다”며 미국 중심의 새로운 무역 질서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클린턴 또한 국무장관 시절 TPP를 지지했지만, 샌더스의 지지층을 흡수하고 디트로이트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두 후보 모두 개방적 통상 정책의 여파로 일자리가 줄고 임금이 삭감했다고 여기는 자국 근로자들의 표심을 의식하고 있지만, 양자 협정에 대해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클린턴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처럼 이미 발효된 무역협정에 대해서는 지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재검토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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