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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생체인식의 함정

입력
2016.08.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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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국내에서도 방영된 미국 드라마 ‘보난자(bonanza)’는 훈훈한 가족 이야기로 인기가 높았다. 골드러시 열풍이 불던 1850년대 서부 개척시대가 배경인 이 드라마에 지문을 활용해 살인범을 잡는 장면이 등장한다. 살인에 사용된 페인트가 덜 마른 몽둥이에 찍힌 지문을 발견한 중국계 요리사가 집주인에게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지문을 신원 파악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며 이를 증거로 제출하자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때까지 지문에 생소했던 집주인이 보안관을 설득해 살인범을 잡는다는 내용이다.

▦ 생체인식(biometrics) 기술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 지문이다. 중국에서는 700년경부터 활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 1453년 기록에는 “처음 간원(諫院)에 장고(狀告)할 때는 손수 서명(署名)하고, 헌부(憲府)에 장고할 때는 그 아내로 하여금 손의 지문(指紋)을 그리게 하였으니”라는 내용이 있다. 또 1980년대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신문 소설 ‘임꺽정 傳’에는 “손바닥에 먹물을 묻히고 종이에 찍게 하여 지문을 대조해 보면 알 게 아니겠소”라는 내용이 나온다. 임꺽정은 1500년대 인물이다.

▦ 서양에서는 지문 활용이 훨씬 늦었다. 일본에서 활동했던 선교사이자 의사였던 영국인 헨리 폴즈가 일본인들이 신분 인증 수단으로 지장을 활용하는 것을 목격한 뒤, 1880년 과학잡지 ‘네이처’에 지문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런던 경찰에 지문 활용을 권고했으나 거절당했다. 하지만 1892년 아르헨티나 경찰이 지문을 확보해 살인범을 검거하면서 지문이 비로소 범죄수사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후 1897년 영국령 인도 콜카타를 시작으로 1901년 스코틀랜드, 1902년 뉴욕에서 ‘지문국’이 발족했다.

▦ 지문은 닳기도 하고, 건조하거나 이물질이 묻으면 인식이 안 되기도 한다. 반면 ‘갤럭시노트 7’에 장착된 홍채인식은 지문보다 보안성이 높다. 인식오류가 나타날 확률이 지문이 1만분의 1인 데 비해, 홍채는 1조분의 1이라고 한다. DNA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도 홍채로는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이미 2014년에 독일 해커단체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해상도 사진에서 홍채를 복제해 공개했다. 암호는 바꾸면 되지만 홍채는 한번 공개되면 대책이 없다.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니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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