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투숙한 남성 알까 봐” 자백
호텔 객실에서 낳은 아이를 숨질 때까지 방치한 혐의로 체포됐던 30대 여성이 실제론 아이를 목 졸라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7일 오후 서울 도심의 호텔 객실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살해한 혐의(영아 살해)로 남모(32ㆍ여)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남씨는 경찰 조사에서 “태어난 아기를 목욕시키던 중 아기가 울어 함께 호텔에 투숙한 남성에게 들키면 수치스러울 것 같아 손으로 입을 막았다”고 자백했다. 숨진 영아의 부검 결과에서도 호흡기를 막았을 때 발생하는 비구폐색증과 목 졸림 시 생기는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 소견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서 영어유치원 강사로 일하는 남씨는 지난 6일 임신 7개월 상태로 친구와 한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남씨는 그 자리에서 A(21)씨 등 미군 2명을 만났고 이들과 종로의 한 호텔에 투숙했다. A씨와 하룻밤을 보낸 그는 이튿날 오전9시30분쯤 진통이 시작되자 불안한 마음에 A씨를 심부름 보낸 뒤 화장실에서 스스로 아이를 낳았다. 평소 조산기가 있던 남씨는 갑작스러운 출산에 당황했으나 혼자 탯줄을 끊고 아이를 목욕시켰다.
하지만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그는 비정한 엄마로 돌변했다. A씨가 돌아와 울음소리를 듣게 될까 봐 아이 입을 막아 숨지게 한 것이다. 남씨는 자식을 살해한 후에도 A씨에게 현장을 들키지 않으려 사체를 그대로 방치한 채 친구와 다른 미군이 묶고 있던 방으로 자리를 옮겼고, 태연히 치킨까지 시켜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아이의 아빠는 남씨가 예전에 만나던 또 다른 미군으로 현재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라며 “피의자 일행은 살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해 일단 공모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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