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전국양돈조합장협의회장

“농협법 개정안은 축산업 무시법”

이상용 전국양돈조합협의회장

“최근 우리나라 축산업 생산액은 연간 18조원으로 전체 농업생산액 중 42%에 육박하고, 쌀(8조)의 2배가 넘는데도 농협중앙회에서 축산업이 마이너 취급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 전국양돈조합장협의회장에 선출된 이상용(55ㆍ사진) 대구경북양돈농협 조합장은 현재 추진 중인 농협법 개정안은 축산업을 홀대하는 것으로, 축산업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개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개정 농협법은 농축산업계의 변화를 이유로 축산업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축산업의 독립성과 자율성 그리고 전문성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지난 6월 입법예고한 농협법 개정안은 중앙회의 경제사업 기능을 경제지주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중앙회에서 농업경제대표와 축산경제대표 2명이던 것이 경제지주 대표 한 명만 뽑게 된다. 2000년 농협 축협 통합 당시 축산업 보호를 위해 농협 대표 중 유일하게 축산대표만 선거를 통해 뽑도록 보장한 ‘축산특례’ 조항 폐기를 의미하고 있어 축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간선제로 뽑던 농협중앙회장을 이사회 호선제로 선출하고 축협 조합장의 직무를 제한하면 조합장들은 인사권 외의 모든 권한이 회수될 입장이다.

이 회장은 “정부가 일선 조합과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반발 이유를 설명했다.

축산업계는 임업과 수산업처럼 독립적인 축산지주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업과 수산업의 연간 총생산 규모는 각각 9조원 내외로, 축산업의 절반 규모에 불과하다. 축산지주 독립 요구가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전국 139개 축협조합 중 96%가 반대하고 있고 농림축산식품부 안에서도 ‘무모한 정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전국 조합장들과 힘을 모아 정부의 축산업 무시 정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피력했다.

축산업 경력 30년인 이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축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대구경북양돈농협 조합장에 당선 직후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으로 사비를 들여 전 직원들에게 등산화를 선물했다. 조합 설립 33년 만에 처음으로 전 직원에게 특별 성과급도 지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출자금 증대 운동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그가 지난달 임기 2년의 전국양돈조합장에 선출된 것도 이 같은 열정과 가시적인 성과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농협법 개정과 ‘김영란법’ 등 우리나라 축산업계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라며”축산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86년부터 경북 고령군에서 양돈업을 시작한 그는 현재 돼지 2만 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대의원, 농협사료 이사,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