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의 깜짝 선물… “외형만 본 찬사는 가려 들어야"
신용평가등급은 국가의 종합경제성적표 아냐
체감 경기와도 괴리감 커
하반기에 미국 금리인상·브렉시트·중국의 경제보복 등 감안하면
무조건 안심하기 보단 대응에 좀 더 신경써야
8일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한국 경제에는 ‘깜짝 선물’이다. 국내에서 수출·내수 부진 탓에 경제비관론이 확산되는 와중에, 지난해 12월 무디스에 이어 이번엔 S&P까지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치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다른 주요 선진 경제권의 성장률이 뒷걸음질 치거나 기껏해야 1% 내외의 성장을 하는 상황에서, 2%대 중후반 수준의 성장을 하고 아직은 재정ㆍ통화정책 대응 여력을 보유한 한국 경제의 저력을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높이 산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평가는 주로 ‘빚 갚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 실제 경제 상황과는 동떨어진 평가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P는 우선 주요 선진국의 외형적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느리게나마 서서히 덩치를 키우는 한국 경제의 성장 속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S&P는 “한국 경제가 수년간 대부분 선진 경제에 비해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며 “특정 산업 또는 수출시장에 의존하지 않은 다변화된 구조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재정이 튼튼하고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효율적이란 점도 등급 상승에 한몫을 했다. S&P는 “GDP 대비 정부의 부채 비율이 낮은 건전한 재정상황이 국가신용등급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대외건전성 지표도 이번 역대 최고등급 획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S&P는 “한국 은행권이 지난해 대외적으로 순채권(외국에서 빌려온 외채보다 받아야 할 외채가 더 많은 상태) 상태로 전환했고, 경상수지 또한 큰 폭의 흑자를 보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작년 12월19일 무디스가 부여한 Aa2(S&P 기준으로는 AA)에 이어 S&P로부터도 AA등급을 부여 받아 명실상부한 고신용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중국(AA-), 일본(A+)과의 격차도 한층 더 벌어지게 됐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국민들의 체감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도 S&P의 이 같은 찬사가 지표의 특정 부분만을 본 것이므로, 가려 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성장률만 보더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대인 우리나라와 4만~5만달러대인 선진국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여타 선진국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였을 때 성장률이 4~5%였던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너무 빨리 침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건전성의 주요 지표인 경상흑자 역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데 따른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외부에서는 통계지표로만 판단하니까 우리나라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건실한 것처럼 비춰지지만 속내를 보면 그렇지 않다”라며 “신용등급은 언제든 조정될 수 있는 만큼 방심하기 보다 미국 금리인상이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하반기 위험요인에 대응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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