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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이 일본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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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이 일본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 전문

입력
2016.08.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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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1일 도쿄의 국회의사장 본회장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임시국회 개회선언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일 1일 도쿄의 국회의사장 본회장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임시국회 개회선언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8일 일본 국민에게 보내는 영상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메시지에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생전퇴위를 원하는 일왕의 의사가 담겼다. 다음은 메시지 전문.

전후 70년이라는 큰 시기적 고비를 넘기고 2년 뒤에는 헤이세이(平成) 30년을 맞는다.나도 80세를 지나면서 체력 등의 면에서 여러 가지 제약을 느끼곤 한다. 최근 수년간 일왕으로서 스스로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고 앞으로 자신의 할 바와 책무에 관해 생각했다.

오늘은 사회 고령화가 진행하는 속에서 일왕도 이제 고령이 된 경우 어떤 존재방식이 바람직한지, 일왕이라는 입장에서 현행 황실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삼가하면서 나 개인으로서 지금까지 생각해온 것을 말하고 싶다.

즉위 이래 나는 국사행위를 하면서 일본 헌법 하에서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일왕의 바람직한 위상이 어때야할지를 날마다 생각해왔다. 전통의 계승자로서 이를 계속 수호한다는 책임을 깊게 인식하고, 날로 새로워지는 일본과 세계 속에서 일본 왕실이 어떻게 전통을 현대 속에 살려나가며 생생히 사회에 스며듦으로써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몇년 전에는 두 차례 외과수술을 받았고, 고령에 따른 체력 저하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앞으로 종전처럼 무거운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곤란해질 경우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국가에, 국민에게, 또한 내 뒤를 이을 황족에게 좋을지를 생각하게 됐다. 벌써 80세를 넘기고, 다행히 건강하기는 하지만 점차 신체 쇠약이 진행하는 것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처럼 전신전력을 다해 상징으로서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일왕의 직위에 오른 이래 거의 28년, 그동안 나는 우리나라의 많은 기쁨과 슬픔을 국민과 함께 했다. 나는 이제까지 일왕의 책무로서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을 최우선했다. 아울러 큰 일을 맞이해서는 때로는 사람의 옆에서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동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왕이 상징인 동시에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왕이 국민에게 일왕이라는 상징의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구하는 한편 일왕도 스스로를 깊이 이해하고 항상 국민과 함께 한다는 자각을 자신의 몸 안에 키울 필요를 느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각지 특히 원격지와 섬을 여행하는 것도 나는 일왕의 상징적인 행위로서 중요하다고 느껴왔다.

왕세자 시절을 포함해 지금까지 나는 왕후와 함께 거의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으며, 어디에도 지역을 사랑하고 공동체를 견실하게 떠받치는 서민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일왕으로서 소중한,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기원한다는 책무를, 사람에 대한 깊은 신뢰와 경애를 별다른 준비 없이 받은 것은 행복이었다.

일왕의 고령화에 따른 대응 방식이 국사행위와 그 상징으로서 행위를 한없이 축소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왕이 미성년자이거나 중병 등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일왕의 행위를 대행하는 섭정을 두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일왕이 충분히 그 위치에서 요구하는 책무를 수행하지 않은 채 생애를 마칠 때까지 계속 일왕으로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일왕이 건강을 해쳐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경우 이제껏 보았듯이 사회가 정체하고 국민생활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왕실 관례로서 일왕의 죽음을 맞이하면 엄중한 장례절차가 거의 2개월 동안 이어지고 그후에도 장례에 관한 행사가 1년간 계속된다.

그처럼 번거로운 행사와 새 시대(새 일왕)에 관한 갖가지 행사가 동시에 진행함에 따라 행사 관계자 특히 유족은 대단히 힘든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태를 피할 수 있을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가슴에 남아있다.

앞서 말했듯이 헌법상 일왕은 국정에 관한 권능이 없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 우리나라의 유구한 일왕 역사를 새삼스럽게 돌아보면서 앞으로도 왕실이 항상 국민과 함께 하고, 서로 힘을 합쳐 이 나라의 미래를 쌓도록, 그리고 상징적 존재인 일왕의 공무가 언제라도 중단없이 안정정적으로 이어져나갈 것을 충심으로 염원하며 이렇듯 나의 심경을 토로했다.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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