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받고 기업 친화 보고서”
NYT, 로비스트 역할 메일 제시
브루킹스硏 “짜깁기 보도” 반박
미국 진보진영 여론을 주도하는 두 축인 뉴욕타임스와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가 충돌했다. 뉴욕타임스는 기부금을 낸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브루킹스가 정책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주장한 반면, 브루킹스는 전형적인 ‘왜곡ㆍ과장’ 보도라고 맞서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진보성향 신문이고, 브루킹스도 세계 ‘싱크탱크 랭킹’ 1위이며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두 기관의 충돌은 뉴욕타임스의 7일자 탐사보도에서 비롯됐다. 이 신문은 브루킹스가 주요 기업과 주고받은 편지와 내부 메모 등 수천 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독립적 연구기관인지 기업을 위한 로비스트인지 모를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브루킹스의 추한 거래 대표 사례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글로벌 투자회사인 KKR,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의 히타치 등과 주고받은 메일을 제시했다. 브루킹스가 기업과 한통속이 된 또다른 사례로 미국 주택건설업체 레나가 추진한 샌프란시스코 시내 개발사업도 거론했다. 신문에 따르면 2010년 7월 투자규모가 80억 달러(8조9,000억원)에 달하는 사업을 밀어붙이던 레나 측에 브루킹스의 브루스 카츠 부회장이 “이 프로젝트는 생산적이며, 상호 혜택이 되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서한을 보냈다. 그 직후 40만달러 기부금이 연구소에 입금됐다. 브루킹스는 이후에도 “언론이 레나의 혁신적인 접근을 조명하는 기사를 개발하도록 돕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연간 예산이 급증하고 새로운 사옥을 짓는 다른 싱크탱크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브루킹스의 연간 예산은 10년 새 2배로 뛰었고, 미국기업연구소(AEI)는 미국 수도 워싱턴에 새로운 본부를 짓느라 최소 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싱크탱크의 기업 유착 때문에 이들이 정부정책 결정 과정에서 행사했던 독립적 영향력을 의심받게 됐다고 공격했다.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오자마자, 브루킹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장문의 반박 자료를 내놓았다. 브루킹스는 “뉴욕타임스 보도는 수 천장의 자료 가운데 입맛에 맞는 문구만 짜깁기한 왜곡 보도”라고 주장했다. 전체 맥락을 파악하면 기업 유착 의혹이 없는데도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어 “우리 연구진은 기업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위치에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린다”며 “로비단체와 구별이 안 된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뉴욕타임스가 문제 삼은 도심재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샌프란시스코뿐만 아니라 브루킹스와 관련 사업을 벌였던 채터누가와 루이즈빌 등 미국 내 다른 도시 시장의 확인서를 첨부시켜 결백을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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