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인가요?”
격렬한 댄스에 최적화된 듯한 긴 팔 다리를 흔들며 자신의 히트곡 ‘난 여자가 있는데’를 열창한 뒤 그가 쑥스럽게 웃는다. 22년째 한결같은 춤사위로 무대 위에 섰다지만 22살쯤 어린 후배 가수들과 객석의 환호성을 나눠 가지려니 멋쩍은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도 박진영(44)은 박진영이었다. “오늘은 JYP엔터테인먼트 사장이 아니라 가수로 나왔는데 어색한가요? (웃음) 60세까지 춤 출건데 괜찮아요?” 지지의 함성이 공연장을 채우자 위트 하나가 더해진다. “그때 되면 트와이스는 마흔 살이네요.”
지난 7~8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JYP NATION 콘서트-MIX&MATCH’에서 박진영은 트와이스의 멤버 다현, 쯔위와 GOT7의 유겸, 뱀뱀 등과 함께 꾸민 자신의 곡 ‘살아있네’의 가사를 몸으로 곱씹으며 무대를 휩쓸었다. ‘10년은 돼야 가수라고 하지/20년은 돼야 스타라고 하지/30년이 되면 레전드라 부르지/그래서 이렇게 아직도 난 배가 부르지…’
JYP 소속 가수들이 총출동한 이날 무대에서 박진영은 유일하게 객석을 향해 “일어나라”며 흥을 돋우더니 “오늘만큼은 아이돌처럼 멘트를 하겠다. 이번 노래는 여러분들을 위해서 부르겠다”며 ‘너뿐이야’를 선보여 아이돌 못지 않은 열띤 호응을 받았다.
‘2014 JYP NATION-ONE MIC’ 이후 JYP 소속 가수들이 함께 하는 2년 만의 공연에 양일간 1만2,000여 명의 관객이 열광했다. ‘MIX&MATCH’란 콘셉트에 걸맞게 소속 가수들끼리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며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볼거리였다.
2PM의 닉쿤과 GOT7의 마크, 주니어는 트와이스 멤버 나연, 채영, 쯔위와 함께 이들의 데뷔곡 ‘OOH-AHH하게’(우아하게)를 부르며 깜찍한 표정은 물론 앙증맞은 웨이브까지 선보였다.
보이그룹 멤버들이 저음으로 ‘우아우아하게 만들어줘’를 합창하며 양손을 얼굴에 감싸는 ‘꽃받침’ 안무까지 완성하자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이들에게 쏟아졌다.
올해 최고의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한 트와이스는 최근 히트곡 ‘Cheer up’ 무대가 끝난 뒤 “지난 1년을 돌이켜 봤을 때 오늘이 가장 벅찬 날”이라며 “데뷔 1년 만에 선배들과 함께 공연을 할 수 있어 꿈만 같고 설렌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렬한 댄스 음악의 향연이 잦아든 뒤엔 조권과 버나드 박, GOT7의 영재, DAY6의 성진ㆍ원필이 함께 부른 2AM의 발라드 ‘죽어도 못 보내’가 이어졌다. 세 명의 2AM 동료 멤버(이창민, 임슬옹, 정진운)가 각기 다른 소속사에서 활동하며 JYP에 혼자 남은 조권은 “늘 2AM 멤버들과 부르다가 후배들과 이 노래를 부르니 기분이 색다르고 감회가 새롭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연습생 시절부터 2AM 활동까지 16년째 JYP와 인연을 맺고 있는 조권은 이날 멀끔한 정장 차림에 소속사의 맏형다운 의젓한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솔로곡 ‘횡단보도’를 설명할 땐 “조권표 감미로운 명품 발라드를 들려드리겠다”는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여 ‘깝권’의 피가 여전히 흐르고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JYP를 대표하는 걸그룹에서 어느새 4인조 여성밴드로 정체성을 굳혀가는 중인 원더걸스는 JYP가 내놓은 첫 보이밴드 DAY6와 히트곡 ‘Nobody’와 ‘Like This’ 등을 웅장한 밴드 사운드로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원더걸스 예은은 “박진영 프로듀서를 제외하면 데뷔가 가장 오래된 선배가 됐다”며 “벌써 데뷔 10년차인데 10년이 지나도 사랑 받을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는 진심을 팬들에게 전했다. 지난달 발표한 ‘Why So Lonely’가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 대해 유빈은 “솔직히 걱정했던 것보다 사랑 받고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2016 JYP NATION’ 콘서트만을 위해 박진영이 직접 작사ㆍ곡한 ‘앵콜’(Encore)을 비롯해 ‘그녀는 예뻤다’ ‘Tell Me’ ‘날 떠나지마’ 등 JYP의 과거와 현재를 있게 한 히트곡들을 마지막으로 3시간 동안의 공연은 마무리됐다.
박진영은 이날 무대를 마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이틀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찾아와주신 모든 팬 분들 정말 감사 드리고 힘들게 준비한 우리 가수들 정말 자랑스러워!”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이날의 벅찬 감동을 대신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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