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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덕혜옹주' 손예진 "칭찬이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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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덕혜옹주' 손예진 "칭찬이 나의 힘"

입력
2016.08.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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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올해 여름에만 배우 손예진을 두 번 만났다. 지난 6월 영화 '비밀은 없다'로 한 번, 이번엔 영화 '덕혜옹주'다. '열일'(열심히 일)하는 덕에 팬들은 기쁘지만 손예진은 다소 지칠 법도 하다. 무더운 여름 내내 전국을 돌며 무대인사를 진행하기란 웬만한 체력 가지고는 버티기 힘들테니 말이다. 그런데 손예진은 "요즘 행복하다"고 말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나도 칭찬을 먹고 사나보다. 요즘 영화 좋다, 연기 좋다 호평을 받을 때마다 힘들었던 마음이 싹 날아간다"고 웃었다.

-연기 호평이 대단하다.

"VIP 시사를 얼마 전에 했는데 진심으로 많은 분들이 수고했다고 해주셨다. 단순한 성격이라 좋은 평가를 들으면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상당한 연기력을 요구하는 장르들을 많이 찍는 것 같다.

"상황마다 다르다. 어떤 작품은 내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주변에서 보기에 의아해할 수도 있다. 다만 나는 현재진행형인 배우라서 배우라는 이름으로 관객들을 지속적으로 찾아가고 싶다. 기본적으로 내 연기에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고른다."

-촬영 때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이덕혜라는 실존인물을 맡아 고민이 많았다. 아무래도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한다. 흥행과는 다른 지점의 간절함이다. 내가 연기한 역사 속 인물의 감정을 잘 나눴으면 한다."

-덕혜옹주를 만약 만난다면 뭐라 할까.

"원작 소설 권비영 작가님 꿈에 덕혜옹주가 나왔다고 들었다. 꽃다발을 들고 무덤을 찾았는데 꿈에서 그 꽃을 들고 나타나셨다고 해서 소름이 돋았다. 혹시 영화 잘 되면 내 꿈에도 나타나 웃어주시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영화에서 감자를 참 맛있게 먹더라.

"영화의 포인트였다. 실제 덕혜옹주였다면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몸은 불편해도 마음이 가장 편했던 공간으로 보여지길 바랐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쌀을 씻어서 밥을 지어 먹는 건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더라. 그 곳에 반찬이 있는 것도 웃기니까. 그래서 감자로 바꿨다. 즉흥적으로 탄생한 장면이다."

-또 즉흥적으로 탄생한 장면이 있나.

"애드리브가 많았다. 술집에서 '옹주는 독주 못하신다네' '누가 그러던가요' '독하게' '순하게' '합의 하면 이따가 다시 올게' 등 박해일, 정상훈과 주고받은 모든 대사가 애드립이었다. 기본적으로 우리 배우들이 유머가 있다. 덕혜가 느낀 찰나의 행복들을 녹아냈는데 그 행복이 짧아서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웠다."

-실제로도 술을 독하게 즐기는가.

"전혀 아니다. 주량은 맥주 두 잔 정도."

-촬영하면서 고량주를 마셨다 들었다.

"전라도 신안에서 바닷가 장면을 찍는데 (정)상훈 오빠가 진짜 죽을 뻔 했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그 땐 정말 파도가 너무 높고 배는 작아서 하마터면 뒤집히겠구나 싶었다. 결국 촬영을 접고 서울로 올라갔다가 촬영 마지막에 다시 내려왔다. 스태프들은 힘들겠지만 나는 감정씬이라서 오히려 잘됐구나 싶더라. 감정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했다면 절대로 만족스럽게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바닷가 장면을 찍고 정말 다들 녹초가 됐다. 피폐해진 얼굴들로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에 고량주를 나눠 마셨다. 촬영도 힘들었겠다, 거의 막바지니까 어떤 회포를 푸는 느낌이었다."

-귀국장면에선 스크린 속 손예진만 빼고 다 울었다.

"덕혜로 있을 땐 울면 안 된다. 관객일 땐 나도 펑펑 울었다. 실제 덕혜옹주의 공항사진을 보고 고증을 거쳐 만든 장면이다. 비극의 삶을 살다가 할머니가 돼 돌아온 고국인데 덕혜는 막상 잘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보였으면 했다. 초점이 없이 멍한 느낌의 눈빛으로 연기했다. 궁녀 라미란 언니는 정말 펑펑 울었다. 그렇게 많이 우는 배우는 처음 봤을 정도다. (라)미란 언니는 어린 덕혜부터 노인 덕혜까지 쭉 봐왔으니까 그런 것 같다."

-닮은꼴 김소현이 어린 덕혜를 연기했는데.

"실제보다 화면으로 보니까 더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촬영 때는 못 만났고 고사 지낼 때랑 요즘 무대인사 돌며 본다. 아역 분량을 조금 보고 연기에 들어갔었는데 (김)소현이가 참 잘 해줘서 고마웠다. 특히 친일파 한택수(윤제문)과의 관계를 쌓아가는데 도움이 됐다."

-김소현한테 선배로서 해준 말이 있다면.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휴학하고 이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소현이는 굉장히 어린 나이에 뛰어들어 오랜 경력을 쌓았다. 나도 매너리즘이나 슬럼프를 겪었지만 소현이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과거 동아리에서 5분 단편영화 찍었던 시절, 지하철 타고 등교하던 시절 등이 떠오른다.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던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 소현이도 지금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 연기를 하면서도 사소한 경험들이 참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한다."

-한택수는 덕혜의 입국 거부 장면에 나올 때 가장 무서웠다.

"그 장면을 하루 만에 다 찍어야 한다고 해서 촬영 때 압박이 됐다. 날도 추운데 태극기 들고 있는 사람도 있고 미군도 왔다갔다해서 몰입이 금방 됐다. 한택수를 딱 보는 순간 몸이 덜덜 떨렸다. 찍으면서도 경직이 됐다. 그 심정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역사를 떠나 영화로만 보면 일본인 남편 소 다케유키(김재욱) 곁에서 덕혜가 행복을 찾았으면 했다.

"역사적으로 소 다케유키를 보는 시각은 반반이더라. 연기한 입장에서 덕혜는 다 잊고 잘 살려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고국을 그리워했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이 있어도 행복하지 못했나 보다."

-극중 덕혜가 덕수궁의 가을경치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처럼 그런 장소와 계절이 있나.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 밖을 거니는 것을 좋아한다. 공기가 달콤해지고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느껴질 때 기분이 좋다. 가을은 쓸쓸해져서 별로 안 좋아한다. 겨울은 또 추우니까 여름 시작할 때가 제일 좋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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