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대로변에서 며칠째 아이들이 매미를 잡고 있다. 손주에게 끌려 나와 매미를 잡는 젊은 할머니도 있다. 같이 나온 가사도우미는 아예 맨손으로 매미를 잡는데, 숫제 매미 잡기의 달인이라 할 만하다. 손이 무척 빠르고 시력이 좋아 인간보다 네 배 이상 볼 수 있다는 매의 시력을 생각나게 한다. 채집 통에는 이미 수십 마리의 매미가 들어 있지만 아이는 성에 차지 않는지 높은 나뭇가지를 자꾸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긴긴 잠에서 깨어난 매미 울음소리는 절절 끓고 있는 대기를 드릴로 뚫는 듯 맹렬하지만 움직임은 굼뜨기 그지없다. 저처럼 맥없이 잡힐 수가 있다니! 모기가 사람의 살갗에 앉자마자 침을 꽂고, 두꺼운 옷을 뚫고도 피를 흡입할 정도로 극성맞게 진화한 것에 비하면, 매미는 잠이 덜 깬 듯 어리둥절한 상태로 잠깐 살다 간다. 오래 전, 지금은 폐광이 된 탄광촌 일대를 여행하다 보신에 좋다며 굼벵이를 먹는 사람을 보았다. 그는 지렁이도 정력에 좋다면 ‘토룡탕’이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끼니때마다 먹을 ‘대한민국의 남자’였다. 마뜩잖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먹어보라고 권하던 그는 한마디로 눈치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기를 쓰고 높이는 정력의 가장 큰 수혜자인 아내는 남편을 부추기는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오늘, 매미 울음소리 쏟아지는 곳에서 인간의 정력과 미용을 위해 죽어간 생명들을 생각한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