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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동메달' 윤진희의 눈물 "남편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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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동메달' 윤진희의 눈물 "남편 아니었으면…"

입력
2016.08.0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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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올림픽 앞두고 은퇴, 올해도 부상으로 포기할 뻔”

윤진희가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리우센트로 파빌리온 경기장에서 열린 역도 여자 53Kg급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남편인 원정식 선수의 목에 동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리우=홍인기 기자
윤진희가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리우센트로 파빌리온 경기장에서 열린 역도 여자 53Kg급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남편인 원정식 선수의 목에 동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리우=홍인기 기자

극적으로 동메달을 목에 건 ‘주부 역사’ 윤진희(30·경북개발공사)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눈물을 훔치다 웃고, 그러다가 또 울었다. 그만큼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는 극적인 순간과, 그녀를 지탱해 준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만 되짚어봐도 4위로 밀려나 눈물을 흘렸지만 경쟁 선수의 실격으로 동메달이 확정됐다는 소식에 활짝 웃었다. 값진 동메달을 손에 쥐니 올림픽 무대를 다시 밟기까지 굴곡 많았던 8년이란 시간이 떠올라 또 울었다. 그녀는 비로소 함께 리우에 온 남편과 한국에서 기다리는 두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었다.

윤진희는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센트루 파빌리온 2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53㎏급 결승에서 인상 88㎏, 용상 111㎏, 합계 199㎏으로 3위 시상대에 올랐다. 인상에서 101㎏으로 올림픽 기록을 세운 리야쥔(중국)이 용상에서 1, 2, 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한 덕에 ‘4위’라고 낙담했던 윤진희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를 마친 윤진희는 “하늘이 동메달을 주셨다”며 웃었다. 윤진희가 따낸 생애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윤진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인상 94㎏, 용상 119㎏, 합계 213㎏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역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승승장구하던 윤진희의 역도 인생에 굴곡이 생긴 건 2012년부터였다.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또 메달을 노리겠다”면서 귀 아래에 오륜기 문신을 새겼지만 어느 순간부터 역도가 싫어졌다. 결국 그는 런던 올림픽이 열린 해인 2012년 초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직후 역도 대표팀 후배 원정식(26·고양시청)과 결혼했지만 청춘을 바친 역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진 못했다. 고심 끝에 2015년 현역으로 복귀해 리우 올림픽을 바라봤다.

하지만 올림픽을 향한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윤진희는 “2015년 말에 어깨 부상을 당했다.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려 했다”고 고백했다. 포기하려 했던 찰나, 당시 대표팀의 김아영 트레이너가 그의 의지를 자극했다. 윤진희는 “‘아픈 몸이지만 기적을 일구면 더 멋진 인생이 되지 않겠느냐’고 자신을 다독인 김아영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진희가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리우센트로 파빌리온 경기장에서 열린 역도 여자 53Kg급 인상경기에서 힘차게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리우=홍인기 기자
윤진희가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리우센트로 파빌리온 경기장에서 열린 역도 여자 53Kg급 인상경기에서 힘차게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리우=홍인기 기자

그녀의 역도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은 바로 남편 원정식이다. 윤진희와 함께 ‘부부 역사’로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원정식은 이날도 경기장을 찾아 아내를 응원했다. 훈련장에서도, 경기장에서도, 집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윤진희는 “남편이 이틀 뒤(10일)에 경기를 한다. 몸 상태를 좋게 유지하려면 오늘 내 경기를 보지 않아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남편 덕에 다시 역도를 시작했고,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얻었다”고 말했다. 좀처럼 눈물을 멈추지 못하던 그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야 환히 웃었다. 윤진희는 “이런 기적이 있네요”라고 말했다. 다시 이날 경기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리우=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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