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자유형 400m, 200m에서 연이은 예선 탈락한 ‘마린보이’ 박태환(27)이 착잡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박태환은 8일(한국시간)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전체 48명 중 29위에 그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전날 자유형 400m에서도 예선 탈락했다.
박태환은 경기 후 만난 한국 취재진에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재차 “기대를 채워드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대한 압박도 컸다. 그는 “어제 400m 경기를 잊고 준비 잘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어제의 아쉬운 부분을 오늘 꼭 만회하려 하다가 오버했는지 어깨가 많이 무거웠다”고 설명했다. 막판 전속력을 내야 하는 시점에 “어깨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박태환은 “레이스가 뜻대로 안 돼 나 자신도 답답했다”면서 “터치패드를 찍고 나서 기록을 보기가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레이스가 처져 기록을 보기가 싫었다”면서 “생각보다 기록이 더 안 나와 답답했다”고 덧붙였다.
2년여의 공백에 대해 박태환은 “잘 훈련해왔고 리우에 오기 전 미국에서 2주간 나 자신을 뛰어넘으며 심적 안정을 취하고 잘해냈다”고 했지만 “올림픽 같은 큰 무대를 2년 만에 치르다 보니 그 동안 레이스나 신예 선수들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과 달리 예선부터 치고 나가고, 과거보다 (선수들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깨닫고 있었지만 내가 가진 부담감이나 여러 복합적 부분 때문에 급하게 쫓아가려다 보니 레이스에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이런 내 모습이 적응이 안돼 많이 답답하다”며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예선 실격 파동에 힘들었을 때보다 마음이 더 무겁다”고 말했다. 예선 6조에서 최하위인 8위를 한 데 대해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물 밖으로 못 나오겠더라”라며 “이곳에 와서 외국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이 뭐라 생각할까’ 라는 마음에 답답했다”고 했다.
지난 두 종목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박태환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몫”이라며 “여기가 수영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다.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100m와 1,500m를 남겨뒀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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