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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직접 만들고 국토 종단까지… 車동호회, 어디까지 해봤니

입력
2016.08.0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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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라이프)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 아주자동차대학에서 열린 엘란 20주년 행사에서 40여대의 엘란이 돌출형(팝업) 전조등을 선보인 채 줄지어 서있다. 클럽엘란 제공
오토라이프)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 아주자동차대학에서 열린 엘란 20주년 행사에서 40여대의 엘란이 돌출형(팝업) 전조등을 선보인 채 줄지어 서있다. 클럽엘란 제공
지난해 5월 제주도에서 열린 미니 동호회 미니코리아의 '미니런' 행사에서 회원들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미니코리아 제공
지난해 5월 제주도에서 열린 미니 동호회 미니코리아의 '미니런' 행사에서 회원들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미니코리아 제공

애정 각별한 ‘클럽엘란’

3년 만에 생산 중단한 스포츠카

매년 정기모임에 100여명 참석

활동 다양한 ‘미니코리아’

‘미니런’ 이벤트 한국화해 진행

가족 단위 참가자도 점점 늘어

車결함에 목소리 내기도

3년 前 코란도 투리스모 동호회

주차 기어 풀리는 현상 리콜받아

잇속만 챙기는 동호회

신차 정보로 회원모아 상품 판매

“올바른 지식ㆍ정보 등 공유해야”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 아주자동차대학 내 주행실습장. 좀처럼 길거리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의 2인승 스포츠카 40여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서로의 차량을 탐색하던 이들은 이윽고 넓은 주행실습장을 스케치북 삼아 줄지어 움직인 뒤 ‘20th’라는 숫자를 만들어 냈다. 이 날은 국내 자동차 역사에서 ‘비운의 스포츠카’로 불리는 기아자동차 엘란이 출시된 지 20년이 된 날이었다. 엘란 동호회 회원들이 출시 20주년을 기념한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이다.

자동차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동 수단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삶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차를 향한 애정이 남다른 이들이 모여 결성된 자동차 동호회는 국내에도 수 천 개가 생길 만큼 그 저변을 넓혀가며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는 바로 ‘클럽엘란’이다. 1996년 기아차가 영국 로터스사로부터 들여와 국산화한 엘란은 당시 스포츠카 불모지였던 국내에선 혁명 같은 모델이었다. 그러나 쏘나타 두 배에 달하는 2,75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과 이듬해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기아차는 결국 3년 뒤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그럼에도 당시 ‘멋’의 상징과도 같았던 엘란을 잊지 못하는 이들은 동호회 활동을 통해 엘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전국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엘란은 겨우 300여대 남짓. 그러나 매년 5월 정기모임에 1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엘란에 대한 회원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단종된 지 17년이나 되다 보니 부품도 동호회 벼룩시장 게시판을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급된다. 클럽엘란을 이끌고 있는 정환택(39) 회장은 “부품을 고쳐서 쓰는 것을 넘어 이제는 일부 회원들이 아예 부품을 직접 가공하기도 한다”며 “동호회 회원들이 어렵게 부품을 제작해 쓴다는 것을 알고 현대모비스에서 4년 전 일부 부품을 재생산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설립 12년째를 맞는 BMW의 미니 동호회 ‘미니코리아’ 는 경쾌하고 역동적인 이미지처럼 회원들과 다양한 모임을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벼룩시장 행사를 갖거나 서킷을 도는 미니 챌린지 등이 있지만 국토 종단 이벤트인‘미니런’이 가장 대표적이다. 유럽과 북미에서 이미 활성화한 행사를 한국화한 미니런은 매년 5월 40여대 100여명이 참가, 제주도나 경주 등 국내 주요 코스를 3박4일간 함께 여행하는 것이다. 올해는 수학여행을 주제로 각종 게임을 진행하며 회원들 간 친목을 도모했다. 미니코리아의 박재형(38) 대장은 “설립 초기엔 젊은 층 위주였는데 이제는 자녀들을 데리고 가족단위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미니를 매개로 자녀들이 부모님들을 모시고 올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니코리아는 내년에는 일본의 미니 동호회와 함께 후쿠오카에서 미니런을 개최할 계획이다. 4년 전 일본 원전 사고로 접었지만 지금은 회원들이 국제면허증까지 취득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자동차의 특성에 따라 동호회 활동도 나뉜다. 리터당 22㎞의 연비를 자랑하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의 동호회인 ‘프리우스 오너스’는 매년 정기모임을 통해 연비왕 선발대회를 갖고 친환경 운전 습관을 공유한다. 2003년 단종된 현대차의 갤로퍼 동호회 ‘갤럽이노’는 전국 산지의 비포장도로(오프로드)를 질주하는 모임을 갖곤 한다.

자동차 동호회는 단순 자동차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의 결함을 수정하는 역할도 한다. 2013년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 동호회는 변속기의 주차 기어가 풀리면서 후진하자 이를 쌍용차와 국토교통부에 항의, 리콜 조치를 받아내기도 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동호회 회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일부러 함께 공장을 견학하기도 한다.

동호회가 꼭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동호회는 신차가 발표되기도 전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민감한 정보로 회원들을 끌어 모은 뒤 협력업체들의 튜닝 상품을 회원들에게 팔고 광고 수익을 챙기는 등 잇속 챙기기에 치중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동호회 문화를 안착시켜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정룡 아주자동차대학 교수는 “자동차를 소모품이 아닌 보존해야 할 자산으로 여기는 해외에서는 오래된 클래식카들의 동호회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며 “국내도 동호회가 자동차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올바른 운전 습관을 공유해 나가는 마당이 되면 더욱 성숙한 교통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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