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 “대우조선 청탁ㆍ압력 없었다”
檢 “앞뒤 안 맞아… 단계적 수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강만수(71)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수사 도중 이례적으로 자신의 혐의를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 주장에 대해 “일방적 이야기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강 전 회장은 7일 검찰 취재진에 보도자료 형태의 A4용지 2장 분량 이메일을 보내 검찰이 자신에게 두고 있는 혐의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 전 회장은 지인들이 주요 주주인 바이오 에탄올사업체 B사에 투자하도록 대우조선해양 측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 “2011년 행장에 부임해 B사에 투자를 검토해 볼 것을 권고했지만 부정한 청탁이나 강압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B사는 대우조선 및 자회사로부터 투자금과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54억원을 지원 받았다.
강 전 회장 종친이 운영하는 지방 건설업체 W사에 수십억 원대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오히려 자신과 18촌 관계인 업체 대표 강모씨가 말썽을 일으킨다는 정보보고를 듣고 “내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말라고 호통을 쳤다”고 주장했다.
남상태(66ㆍ구속기소) 전 대우조선 사장의 경영비리를 알면서도 이를 덮었다는 의혹과 관련, 강 전 회장은 “대우조선을 설득해 컨설팅 형태의 경영감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연임을 추진하던 남상태 전 사장을 정기 주주총회에서 퇴임시키고 고재호 당시 부사장을 선임했다”고 주장했다. 강 전 회장은 신규투자 금지원칙을 세우고 사후 비리 방지 장치로 사내이사가 감사위원을 겸임하도록 만들었다고도 했다. 측근 7명을 대우조선 고문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내 측근을 단 한 명도 채용시키지 않았고 (언론에 보도된) 7명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강 전 회장이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장 부임 후 신규투자를 금지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조선업과 관련 없는 B사에 54억원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의 입장표명에 의아해 하면서도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오판한 것 같다. 그의 주장에 개의치 않고 단계적으로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2일 강 전 회장의 서울 대치동 자택과 그가 운영하는 투자자문사 및 개인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에 강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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