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소송까지 벌이며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27)이 자신의 주 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끝내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박태환은 7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아쿠아틱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6조에서 3분45초63의 기록으로 전체 10위에 그치며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금메달, 2012년 런던 대회 은메달에 이은 3회 연속 메달 획득도 수포로 돌아갔다.
사실 박태환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권 성적을 거둘 거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전성기가 지난 20대 후반의 나이에 올림픽 개막을 불과 한 달 여 앞두고 출전이 확정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선 탈락은 충격적이다. 박태환도 경기 후 “떨어졌네요. 어찌해야 하나”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민망하다. 지금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 올림픽에서 결선에 못 갔다는 게 와 닿지 않는다”며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베스트 컨디션을 만들 수 없었던 준비 부족은 박태환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패인이었다.
지난해 6월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에서 실시한 박태환의 체력 측정 결과에 따르면 폐활량과 근육량 모두 전성기보다 10~20% 줄어든 상태였다. 급격하게 피로를 느끼는 시점을 의미하는 ‘젖산역치점’도 떨어져 있었다. 예전보다 몸이 더 빨리 지치고 회복도 더딘 상태였다. 신체 상태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송홍선 KISS 박사는 “다시 재기하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신적인 부분에서 타격이 커 보였다. 체력은 한참 좋을 때의 80%, 정신력은 50~60%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이전에도 밑바닥까지 추락한 경험이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불과 1년 만인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1500m 모두 예선 탈락했다. 그러나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3관왕,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었다.
박태환은 한 번 더 재기를 꿈꿨지만 이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가 올림픽 준비를 위해 제대로 훈련한 것은 도핑 징계에서 풀린 올해 3월 이후 약 5개월 정도가 전부다. 그나마 국가대표 자격을 놓고 대한체육회와 다투느라 온전히 훈련에만 집중하기 힘들었다. 예전처럼 자신의 몸을 세밀하게 체크해주는 전담팀의 전폭적인 지원도 없었다.
박태환은 이 와중에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지난 5일 인터뷰에서 “예전 경기를 보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했는지 모르겠다”며 “감각을 많이 살리려고 한다”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그가 큰 대회 때마다 써왔던 심리 요법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자신의 어린 시절 국제무대 활약상을 편집한 영상을 담은 1테라바이트(TB)짜리 외장하드를 3개나 챙겨갔다. 훈련을 마친 뒤 늘 이 영상을 보고 최상의 경기력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난관을 극복하기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있었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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