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산 열연강판에 최고 61% 관세
세탁기 이어 ‘보호무역주의 태풍’
中서 현대ㆍ기아차 판매 감소
中경제 위축, 日보다 한국에 더 충격
미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이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관세 폭탄을 던졌다. 중국에선 기아자동차의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 가까이 감소했고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도 10% 이상 줄었다. 가장 중요한 두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미국 상무부(DOC)는 지난 5일(현지시간) 국내 철강업체들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대해 최대 60%도 넘는 반덤핑ㆍ상계 관세율을 부과했다. 포스코는 총 관세율이 60.93%, 현대제철은 13.38%에 달했다. 열연강판은 건축이나 조선, 파이프 등에 쓰인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된 한국산 열연강판의 물량은 총 116만톤이었다. 금액으로 치면 7억달러 안팎이다.
미국은 최근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잇따라 관세를 부과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냉연강판에 대해서도 각각 총 64.7%, 38.2%의 관세를 결정한 바 있다. 자동차와 가전 분야에 쓰이는 냉연강판은 지난해 미국에 수출된 국산 물량이 총 16만톤(1억3,000만달러)이다.
한국산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에 대한 최종 관세 부과 여부와 관세율은 다음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결정된다. 상무부의 판단을 ITC가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지난달 ITC는 한국산 내부식성 철강제품(도금판재)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상무부의 예비 판정을 확정한 바 있다.
특히 미 상무부는 지난달 중국에서 생산된 삼성과 LG의 세탁기 등에 대해서도 49~120%에 이르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미국에서 대선(大選)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미 수출 물량 일부를 다른 나라에 파는 방식으로 영향을 최소화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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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한국산 제품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에서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9% 감소한 239만3,000대를, 기아차는 4.7% 감소한 145만8,000대를 기록했다. 12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판매량이 감소한 곳은 현대차와 기아차, FCA(피아트 크라이슬러 자동차), GM 등 네 곳뿐이다. 특히 기아차의 판매량 감소율은 12개 업체 중 가장 높았다. 이는 기아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5.8%나 감소한 28만5,000대를 파는데 그친 탓이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7일 중국 경제의 위축이 일본보다 한국에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 놨다. 실제로 1~5월 중국의 대일본 수입액은 4.5% 감소한 데 비해 대한국 수입액은 11.2%나 줄었다. 중국의 수출은 이미 2010년 31.3%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하락 반전,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2.7%)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엔 7.1% 감소했다. 중국의 내수 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식료품과 생활용품 등 중국 내 전체 소매판매 증가율은 2008년에는 21.6%로 고공 행진을 했지만 올 상반기엔 10.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70.8%로, 신흥국 평균(104%)과 주요 20개국(G20) 평균(92%)보다 훨씬 높았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다시 확산되고 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중국 경제의 위험성이 이어지며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중국 리스크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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