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수놓는 무인기(드론), 전설의 선수들이 펼치는 스타크래프트 한판, 수영복 차림의 수천여명이 내지르는 함성.’
지난 5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린 ‘KT 기가(GiGA) 콜라보 페스티벌’의 현장 풍경이다. 이날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이들은 백사장 한 켠에 자리잡은 VR 체험존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머리에 착용한 채 ‘롤러코스터’를 체험하며 소리를 질렀다. 연인과 함께 롤러코스터 VR를 체험한 직장인 윤모(29)씨는 “최근 놀이공원을 다녀와서 VR은 시시할 것 같았는데 나도 모르게 옆 손잡이를 꽉 잡고 탈 정도로 실감이 났다”며 혀를 내둘렀다. 골프 게임이나 자전거 경주를 즐기는 이들도 끊이지 않았다.
행사의 백미는 해수욕장 끝 특설무대에서 진행된 ‘오버워치 아프리카 BJ 리그’와 ‘KT 기가 레전드 매치’였다.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의 인기 방송진행자(BJ) 12명은 6대6 팀 대전으로 1인칭 총싸움 게임 오버워치 승부를 벌였다. 이어 전설의 스타크래프트 대표 선수였던 홍진호, 이영호, 김택용, 강민 등이 다시 모여 스타크래프트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대형 전광판으로 생중계 되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6,7일 이틀에 걸쳐 펼쳐진 ‘GiGA 드론 레이싱 월드 마스터즈’는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된 드론 국제대회이자, 세계 최초로 백사장에서 열린 드론 경주였다. 한국과 영국, 스페인, 호주 등 12개국 32명의 챔피언들이 총 상금 2만5,000달러(약 2,800만원)를 놓고 승부를 벌였다. 지난 7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한 김민찬(12)군은 화려한 공중회전 기술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드론에 달려있는 카메라를 보면서 조종하는 것이어서 마치 내가 직접 드론 위에 올라타 있는 것처럼 짜릿하다”고 말했다.
VR부터 드론, 대형 e-스포츠 경기까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놀이문화를 보여준 KT의 전략에는 통신 기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이동수 KT 전무는 “‘포켓몬고’의 인기에서 보듯 놀이 문화와 콘텐츠의 힘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ICT 놀이문화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젊은 세대들이 기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