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대기업이 도산 가능성이 높아 당장 구조조정 수술을 단행해야 할 대상으로 지정됐다. 금융감독원이 7일 발표한 ‘2016년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 원 이상인 대기업 1,973개사 중 부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기업은 약 3분의 1에 달하는 602개사나 됐다.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은 그 중 신용위험평가 결과 금융사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야 할 C등급으로 분류된 13개사와, 법정관리를 신청대상인 D등급 19개사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대기업은 지난해 정기평가 때에 비해 3개가 줄었다. 하지만 이는 정기평가에만 국한해 비교한 결과일 뿐이고, 이미 지난해 말 19개 대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가 지목한 걸 감안하면 구조조정 대기업 수는 최근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업종별로는 이미 본격 구조조정에 들어간 조선ㆍ해운ㆍ철강 등 5대 경기민감 업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중추 제조업의 성장 한계를 재확인해 주고 있다. 또한 전자업종에서도 2년 연속 5개 이상 기업이 지정돼 비상한 주의가 요구된다.
금감원은 32개 대기업 구조조정이 금융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해당 기업들의 자산과 부채(신용공여액)는 대형 조선ㆍ해운사들이 포함되면서 각각 전년 대비 130%와 175% 급증한 24조4,000억 원, 19조5,000억 원으로 팽창했다. 하지만 이미 해당 업체들에 대해 4조원 가까운 충당금을 쌓아 뒀기 때문에 향후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권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액은 은행 2,3000억 원, 저축은행 16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한계기업에 대한 상시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건 바람직하다. 문제는 이를 대체할 신성장 기업과 산업이 좀처럼 부상하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산업별 잠재성장률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6~2010년 3.9%에 달했던 국내 잠재성장률이 2011~2015년 3.2%로 급락했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물량 투입 위주의 양적 성장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한 제조업과 고부가가치 업종 개발에 뒤처진 서비스업이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있는 셈이다..
주요 제조업과 대기업의 잇따른 한계상황은 금융시스템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적 구조조정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정부가 적극적 산업정책과 규제개혁 등을 통해 조기 신성장 동력 구축에 매진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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