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충북 제천의 한 마을은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이 마을 명예주민인 농협중앙회 농가소득지원부 소속 직원 30여명이 담배와 곤드레 수확을 돕는가 하면, 독거 노인들의 집을 청소해주고, 이들의 말벗이 돼 줬기 때문이다. 특히 곤드레 밭은 주인 할머니가 허리를 다쳐 수확을 포기했던 터라 이들의 도움이 더욱 빛을 발했다. 이날 밭일을 도왔던 김현진 차장은 “사실 처음에는 뭘 어떻게 도와야 할 지도 막막하고, 우리가 과연 도움이 될까 생각했는데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하시는 걸 보고 굉장히 뿌듯했다”라며 “앞으로도 자주 찾아 뵙고 일손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명예주민은 고령화 등으로 침체된 농촌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기 위해 농협중앙회가 올해 5월 도입한 제도다. 임직원 한 명당 마을농가 한 가구와 결연을 맺으며, 명예주민은 정기적으로 마을을 방문해 일손을 돕거나 마을 농산물을 홍보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명예주민과 더불어 명예이장 제도도 있다. 명예이장은 자신이 소속된 회사의 역량을 바탕으로 마을의 숙원사업을 지원하거나 농가소득 창출방안을 모색하는 등 보다 고차원적인 업무를 맡는다. 명예이장이 소속된 회사가 유통회사라면 기존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당 마을 농산물의 판로를 개선해줄 수 있고, 문화 관련 회사라면 마을에 체험활동이나 문화활동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지원으로 농가소득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명예이장, 명예주민 등 제도에서 엿보이듯 농협중앙회는 작년 말 김병원 회장 취임 이후 줄곧 ‘농심(農心)’을 강조하며 농촌 현장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제도를 구상해 실현하고 있다. 김병원 회장은 지난달 ‘농협 창립 제55주년 기념식’에서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을 농협이 추구할 비전으로 제시하고, ‘깨어있는 농협인, 활짝 웃는 농업인, 함께하는 국민’을 농협 임직원의 사고와 행동 기준으로 삼아줄 것을 당부했다.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는 열정과 의지를 갖고 낮은 자세로 농민 속으로 다가가 농업인의 행복가치를 실현하자는 취지다.
지난 4월 발대식을 가진 ‘농촌 일손돕기’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제도다. 농촌 일손돕기 프로젝트는 농협이 사무소별로 자체 봉사단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찾아 농민들을 돕는 것이다. 7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 참여자는 시행 두 달여 만에 2만6,000명(5월 말 기준)을 넘어섰고, 이들은 총 7,871개 농가를 방문해 일을 거들었다. 농협중앙회는 또 임직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각 지역의 ‘농협 농촌인력 중개센터’를 통해 법무부의 사회봉사대상자 10만여명과 외국인근로자 7,000여명 등 총 40만명을 농촌 일손돕기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농업ㆍ농촌과 관련된 현안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농업인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지난 5월 ‘농업인행복위원회’도 신설했다. 농업인행복위원회는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으로 농업기반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농업인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업ㆍ농촌에 대한 보다 폭넓은 시각을 갖추기 위해 위원 16명을 농업계 외에 학계, 소비자, 언론계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매 분기마다 회의를 개최, 농업ㆍ농촌 관련 주요 현안을 토론할 계획이다. 또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제도개선이 필요한 지를 살피고 이에 대한 대안도 모색한다.
농업이 1차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2차, 3차 산업으로 발전할 길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달에는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도 개원했다.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는 ▦농식품 우수 아이디어 발굴 및 창업 지원 ▦경영(법률, 특허 등) 및 금융, 유통 종합 컨설팅 지원 ▦6차 산업화 귀농(촌) 창업 등 현장 체험형 창조농업 교육 ▦창조농업 경영체에 대한 금융 및 판로지원 등 창조농업 확산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도 기존 농업인은 물론, 예비 농업인으로 분류되는 농업계 고등학교 학생, 귀농 또는 창농 희망자, 농식품 관련 기업 등으로 매우 넓다.
농협중앙회는 또 센터가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한경대학교 등 17개 창조농업 유관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센터 운영프로그램을 공동 발굴하는 등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는 관계자는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가 농업분야의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만들고 농식품 아이디어 허브와 창조농업의 요람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의 첨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kl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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