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단체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교묘하게 풍자한 작품을 출품했다가 피소된 대학생에게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자유경제원이 ‘제 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詩) 공모전’에서‘우남찬가’를 쓴 대학생 장모(24)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자유경제원은 올해 3월 이승만 시 공모전을 열어 장씨가 낸 우남찬가를 입선작 중 하나로 선정했다. 우남찬가는 겉으로는 이 전 대통령을 훌륭한 국부와 지도자로 칭송했다. 하지만 각 행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한반도 분열 친일인사 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 폭파 국민 버린 도망자 망명정부 건국 보도연맹 학살’이 돼 오히려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뒤늦게 작품의 숨은 의미를 알아낸 주최 측은 입상을 취소하고 장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장씨가 조롱을 목적으로 출품작을 냈더라도 주최 측이 심사단계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나 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장씨의 행위에 위계나 위력이 없어 업무방해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각 행의 첫 글자를 이어 의미를 연결하는 기법이 많이 쓰인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자유경제원은 장씨에게 공모전 개최 비용 등 손해배상금 약 5,7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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