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대회 강행하며 안일한 진행
구급차 한대뿐 이송 30분 기다리기도
해경, 대한수영연맹 관계자 소환 조사
전남 여수에서 열린 바다수영대회에서 참가자 2명이 숨진 사고는 주최 측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도 경기를 강행한데다 미흡한 준비와 안일한 대회 진행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경은 대회를 주최한 대한수영연맹 간부 등을 소환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7일 여수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2시 48분쯤 여수시 소호동 소호요트마리나 앞 해상에서 열린 제9회 여수 가막만 전국바다수영대회에 참가한 강모(64)씨와 조모(45·여)씨 2명이 숨지고 임모(36)씨가 탈진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강씨는 1㎞ 구간 바다 수영을 하던 중 출발점에서 100m가량 지나 해상에 떠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고, 조씨는 500m 반환점을 돌아서 도착지점 약 100m 앞에서 의식을 잃고 해상에 떠오른 채 발견돼 현장 안전요원 등에 구조됐으나 숨졌다.
또 임씨는 수영 대회 끝난 뒤 육상 대기 중에 탈진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인 대한수영연맹이 제트스키 등 27척과 안전관리요원 78명을 배치했으나 사고를 막지 못했다.
유족과 동호회원들은 주최 측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낳은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본적인 준비운동조차 없이 경기를 시작하고 낮 12시 수온이 27도 이상이면 수영을 금지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 30도에 가까울 정도로 수온이 뜨거웠다고 지적했다.
출발 간격 단축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애초 1km 종목 참가자들은 3개 팀을 30분 단위로 출발시키기로 했다가 시간을 바꿔 첫 팀이 출발한 뒤 5분 뒤에 2팀을, 20분 뒤에 3팀(여자)을 출발시켜 혼잡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1,000여명이 참가한 대회에 구급차가 1대뿐이어서 먼저 사고를 당한 강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바람에 조씨는 30여분을 허비했다고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해경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목격자 등으로부터 경위를 파악하고 대한수영연맹 간부를 소환해 현장의 안전관리 요원 배치 상황 등 안전관리 전반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다. 사고 당사자들이 착용한 고무 재질의 수영 수트도 문제가 없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해경은 숨진 강씨는 심장마비에 의한 익사로, 조씨는 특이한 점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조씨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해경 관계자는 “안전 조치가 미흡했는지, 폭염 속 안전사고 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수영연맹 관계자와 안전요원 등을 상대로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대한수영연맹의 공인을 받은 대회로 10km, 4km, 1km 3개 종목으로 나눠 치러지며 전국에서 선수와 동호인 1,500여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은 6~7일 이틀간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사망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잔여 대회일정을 취소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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