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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키운 베트남 사상 첫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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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키운 베트남 사상 첫 金

입력
2016.08.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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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10m 공기권총 호앙 쑤안 빈

한국인 감독이 2014년부터 지도

자주 내한 훈련 한국문화에 익숙

경기 이틀 전 한식당 찾아 삼겹살

베트남 사격대표팀 박충건(왼쪽) 감독과 호앙 쑤앙 빈이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리우=윤태석 기자
베트남 사격대표팀 박충건(왼쪽) 감독과 호앙 쑤앙 빈이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리우=윤태석 기자

베트남 현역 육군 대령인 호앙 쑤안 빈(42)이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호앙은 6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시상대 맨 위에 섰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뒤 지금까지 은메달만 2개(2000ㆍ2008)를 손에 넣은 베트남에 64년 만에 나온 첫 금메달이다. 시상식후 호앙은 한국 취재진을 만나자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을 지도해온 감독을 어깨동무하며 “우리 감독님”이라고 또박또박 말하며 미소도 지었다. 그를 지도한 베트남 사격대표팀 사령탑은 한국의 박충건(50) 감독이다.

한국에서 국가대표 전임지도자, 경북체육회 감독 등을 지낸 박 감독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넘어갔다. 평소 베트남 선수들이 한국에 전지훈련을 오면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곤 했는데 이게 인연이 됐다. 박 감독은 “베트남은 사정이 열악해 국제대회에서 쓰는 전자표적지가 있는 사격장도 없다. 지인들 도움을 받아 한국에서도 자주 훈련했다. 선수들도 한국을 많이 고마워하고 한국 문화에 아주 익숙하다”고 말했다. 호앙이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이다. 이틀 전에도 리우 현지 한식당을 찾아 삼겹살을 먹고 힘을 냈다. 박 감독이 “내일 모레도 삼겹살?”이라고 하자 호앙은 활짝 웃었다. 10m 공기권총 세계랭킹 6위인 호앙은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 대회에서는 베트남에서 부친 짐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남의 권총을 빌려 경기했으나 은메달을 딴 일도 있다.

우승 과정도 극적이었다.

호앙은 결선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1위인 브라질의 우 펠리페 알메이다(24)에 뒤져 있었다. 알메이다와 브라질 홈 팬들의 시선이 온통 호앙의 총구에 쏠린 극도로 긴장된 순간, 그는 만점(10.9)에 가까운 10.7점을 명중시켜 합계 202.5점으로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이 행복지수가 높아서 그런지 승부욕이 약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여유가 오늘처럼 부담이 큰 경기에서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호앙을 앞세워 당초 이 종목의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한국의 진종오(37ㆍKT)를 누른 박 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그는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62)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내 조국 독일을 사랑하지만 지금은 당연히 한국을 응원할 것이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기자들이 “이제 베트남의 국민영웅이 된 것 아니냐.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쥔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네자 박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대회 직전 한국 기업이 후원해줘서 호앙은 5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받는다. 하지만 감독 등에 대한 포상 시스템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편 AFP통신은 이날 베트남 국영 매체를 인용, 호앙이 베트남 정부로부터 현금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베트남 직장인 평균 연봉이 2,100달러”라며 “50년치 연봉을 보너스로 받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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