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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신 유도 대통령 된 '작은 거인' 정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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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신 유도 대통령 된 '작은 거인' 정보경

입력
2016.08.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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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경.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대통령이 장래희망이었던 소녀는 또래보다 키가 작았지만 다부졌다. 4세 때 택견, 초등학교 때는 태권도를 했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유도에 입문했다. 매트에만 올라서면 작은 체구에서 큰 힘이 나왔다. 그래서 동네 주민들은 '작은 거인'이라고 불렀다.

153㎝의 작은 거인은 어릴 적 꿈 대통령 대신 '유도 대통령'이 됐다. 정보경(25ㆍ안산시청)은 7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리카 아레나2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유도 48㎏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주인공이었다.

사실 정보경에게 메달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세계 랭킹은 8위였고, 메이저 국제 대회 최고 성적은 세계선수권 동메달이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는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 시간을 보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선수들에게 쏠릴 때 한국 선수단 최단신 정보경은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금메달 획득을 위해 칼을 갈았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정보경은 16강에서 베트남의 응곡 투 반(랭킹 53위)을 한판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8강전은 결승으로 가는 길목의 최대 고비였다. 상대는 랭킹 1위 문크흐바트 우란체제그(몽골)로 이번 대회 전까지 1승5패로 열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보경은 문크흐바트에게 반칙승을 거두고 금빛 전망을 밝혔지만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의 파레토에게 패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작은 거인의 거침 없는 도전은 은빛으로 마무리됐다. 정보경은 결승전이 끝난 뒤 한참 동안 매트에서 아쉬워하다 결국 이원희 대표팀 코치를 잡고 아쉬움 가득한 눈물을 쏟았다. 그래도 정보경의 은메달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조민선이 금메달을 따낸 이후 20년 만에 여자 유도에서 나온 값진 메달이었다.

또 자신의 10년 유도 인생에 가장 빛나는 순간을 올림픽 무대에서 보냈다. 1991년 4월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정보경은 경남체고 2학년 때 십자인대가 끊어져 1년간 재활치료에 매달렸고, 경기대 3학년 때는 양 무릎 인대가 끊어져 6개월을 또 재활했다. 잇단 큰 부상 탓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안산시청에 둥지를 틀고 조금씩 빛을 봤다.

2011년 8월 세계선수권대회로 국제대회에서 데뷔했고 2012년 2월 부다페스트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 마스터스, 그랜드슬램,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유독 큰 대회에서는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때문에 리우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후보에서 빠졌지만 어느 누구도 예상 못한 은빛 메치기로 깜짝 메달을 거머쥐었다.

정보경은 "아무래도 남자 유도가 더 주목 받다 보니 나에 대한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럴 때마다 경기가 끝난 뒤에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금메달을 원했는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번 대회 한국 첫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은 정말 기분 좋다"며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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