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ㆍ중도낙마 기정사실화
위기에 몰린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주류에 화해 제스처를 보내기 시작했으나, 트럼프를 포기한 주류 인사들의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5일 폴 라이언 하원의장 지역구인 위스콘신 주 그린베이 유세에서 라이언 의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무슬림 비하’ 발언을 라이언 의장이 비판하자 지난 2일 “라이언이 당내 경선에서 나의 지지를 바라고 있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또 라이언 의장과 같은 입장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과 켈리 에이욧 상원의원(뉴햄프셔)도 지지하며,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행보는 무슬림계 미군 전사자 부모 비난 이후 지지율 폭락 등 위기 상황이 심화하자 공화당 주류와의 화해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미련을 버린 공화당 주류의 분열적 행태는 가속화하고 있다. 주요 정치인마다 트럼프 낙선ㆍ중도낙마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각자의 미래를 모색하려는 전략이 속속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공화당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 전략가들이 트럼프 패배를 전제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공화당이 의회에서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의 상ㆍ하원 선거광고 제작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라이언 의장도 최근 지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같은 논리로 자신의 당선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공화당의 움직임은 11월8일 투표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대패하더라도, 상원의원(전체 100명의 3분의1인 34명)과 하원의원(435명 전원) 선거로는 불똥이 튀지 않도록 방화벽을 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공화당 지도부 상당수는 ‘트럼프는 당의 번영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이며, 언제쯤 상원의원 선거 후보들이 트럼프와 거리를 두도록 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의원들의 개별적인 활로 찾기도 이어지고 있다. 리처드 한나 의원이 클린턴 지지 선언을 한데 이어, 5일에는 스콧 리겔(버지니아)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신 게리 존슨 자유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패트릭 투미(펜실베니아)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에게 맞서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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