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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민평련이 ‘박원순 호위무사’로 나선 까닭

입력
2016.08.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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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박원순 사찰’ 의혹 규탄 성명서 발표

내년 대선 앞두고 정치 개입 근절 차단 목적

일각에선 대권주자 ‘박원순 러브콜’ 해석도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수도권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협약식'에 윤성규(왼쪽부터) 환경부 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이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수도권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협약식'에 윤성규(왼쪽부터) 환경부 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이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원순 지키기’에 총대를 멨습니다.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서울시장 사찰 의혹을 규탄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7일 발표하면서입니다. 이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했는데요. 그러나 정치권에선 야권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러브콜’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평련 소속 의원 19명은 “국정원의 ‘박원순 공작’은 야만 시대로의 회귀”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이른바 국정원의 ‘박원순 공작’ 사건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이 단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가동할 수 있는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 등도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민평련은 “국회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라며 “강력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관련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며, 차제에 국정원 개혁의 신호탄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야만의 시대, 불의의 시대였던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일어날 법한 반민주주의ㆍ반인권적 ‘정치공작’, ‘사찰공작’의 망령이 되살아났다”며 “서울시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서울시장을 사찰할 정도면 일반 국민, 민간인 사찰은 또 얼마나 수없이 자행되었을지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같은 행태가 내년 대선 과정에서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어 “우리는 우리 선배ㆍ동지들이 흘린 고귀한 피와 땀, 희생과 헌신으로 만들어온 민주주의를 국정원의 제물로 내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성명서에는 민평련 대표인 설훈 의원을 비롯해 권미혁 기동민 김민기 김영진 김한정 김현권 소병훈 신동근 심재권 오영훈 우원식 위성곤 유승희 유은혜 윤후덕 이인영 인재근 홍익표 의원 등 총 19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날 성명서가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좀처럼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나 응원은 물론 반대나 비판을 삼가 왔던 민평련이 박원순 시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하며 동고동락했거나 김 전 의장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이들이 모여 만들어졌습니다. 민평련의 전신은 1999년 3월 발족한 국민정치연구회. 김 전 의장을 비롯해 장영달, 이창복 전 의원 등 현실 정치에 뛰어든 운동권 출신들과 재야를 잇는 다리 역할을 했는데, 이들은 재야운동권 출신의 좌장인 김 전 의장은 정치철학과 비전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던 국민정치연구회는 2006년 민평련으로 이름을 바꿨는데요. 민평련 관계자는 “운동권 출신들의 폐쇄적 모임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이를 정치적 영역에서 실현하기 위해 참여형 대중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민평련은 정신적 지지 역할을 했던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2011년 세상을 떠난 이후에 구심력이 줄고 원심력이 커졌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시 민평련 소속 의원들 상당수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지지했지만, 노영민 전 의원 등 일부는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등 각자 갈 길을 가는 분위기였습니다. 대신 주요 현안, 이슈에 대해서 공동 입장 표명을 하는 식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 해왔는데요.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나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겠다며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았던 반면 민평련 소속 전현직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당내에는 ‘지도부는 전략적 모호성, 현역 의원 다수는 반대’ 라는 정서가 만들어졌고, 정치권에서는 새삼 민평련의 존재감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4ㆍ13 총선을 통해 당내 민평련 출신이 19명이나 당선되면서 무시 못할 존재가 됐습니다. 앞서 원내대표, 국회의장 후보 경선 때도 그랬지만 27일 있을 당 대표 경선에서도 ‘민평련의 마음을 얻어야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 민평련 소속 더민주 의원들이 박원순 시장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 의혹 문제를 뒤늦게 꺼낸 것을 두고도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 대선에서 민평련 자체 후보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차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것이죠. 정치권에선 “민평련이 차기 대권주자로 박원순 시장을 낙점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는데요.

한 야권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은 4ㆍ13 총선에서 측근 인사들 대부분이 공천을 못 받거나 낙선하면서 당내 지지 기반이 허약한 상황”이라며 “민평련의 지지나 응원이 누구보다 절실한 것이 박 시장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때 마침 10일(수요일) 박 시장과 민평련 소속 더민주 의원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고 하는데요.

또 한 가지 공교로운 일은 민평련 소속인 노영민, 진성준 전 의원 등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등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입니다.

민평련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사찰 의혹은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수 십 년 동안 우리 선배, 동지들이 흘린 고귀한 피와 땀의 숭고한 뜻을 훼손하는 것이기에 동지적 관점에서 박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성명서를 낼 때면 일일이 연락을 해서 동의 절차를 밝아야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 현역 의원들만 참여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민평련의 몸값은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는 점입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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