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원래부터 색을 몰랐어요. 당연히 색의 조합이 뭔지도 몰랐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색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티스트가 됐다 해서 갑자기 사용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선천적 색맹이라는 약점을 오히려 흑백의 예술로 승화시킨 브라질 출신 스트리트 아티스트 알렉스 세나(34)는 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 품은 채 광고대행사, 영화제작사 등에서 근무했던 그는 24세 되던 해 본격적으로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남미 작가 최초로 2013년 마이애미 아트바젤에 초대받은 이후 세계 곳곳에 40여 점의 대형작품을 남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세나는 27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암웨이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Art is alive-Garden of Mirrors’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 첫 단독 전시회에서 그는 드로잉, 회화, 조각작품 등 20여 점을 소개하고 기존 대형 작품 준비 과정에서 그렸던 습작과 캔버스 작품들도 공개한다. 스트리트 아트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전시장 내ㆍ외벽에도 그림을 그렸다.
세나는 예술을 하는데 색맹이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예술은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라며 흑백으로 표현된 자신의 작품이 “내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과 장애를 가진 나에 대한 편견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것들 위주로만 그림을 그렸다”는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사람들의 내면이나 잠재의식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예전보다 작품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녹색을 구별하지 못하지만 그는 오히려 식물을 곳곳에 배치해 전시장을 정원처럼 꾸미는 파격을 택했다. 식물을 통해 자신이 관람객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나는 “관람객은 식물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 감정은 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며 “그렇게 확산된 생명력은 (초록색을 구별하지 못하는)저에게도 전해져 작품세계를 업그레이드 시켜준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둔 풀들도 자신이 직접 양재화훼단지에서 샀다.
세나는 한국의 스트리트 아티스트와 만나 즉흥 작업을 하고, 분당에 있는 오리초등학교 외벽에 높이 16m 대형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그는 “욕설과 은어가 난무하는 ‘그래피티’와 ‘스트리트 아트’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나는 “한국의 스트리트 아트는 화려한 색감에 잘 갖춰진 것이 특징”이라며 한국 관람객들이 “격식이 덜하고 무심한 듯한 브라질 아트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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