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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예고된 추락, 누구의 책임인가

입력
2016.08.0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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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환/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마린 보이' 박태환(27)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첫 경기부터 쓴맛을 봤다. '한국 수영의 간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훈련량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박태환은 7일(한국시간) 열린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45초63에 그쳤다. 전체 10위에 머문 박태환은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자유형 400m는 박태환의 주종목이다. 박태환은 이 종목에서 2008년 베이징 대회 금메달, 2012년 런던 대회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400m 예선에서 탈락하며 앞으로 남은 자유형 100m와 200m, 1,500m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박태환답지 않은 레이스를 펼쳤다. 박태환은 이날 출발 반응 속도가 0.64초로 예선 6조 8명 중 가장 빨랐다. 하지만 그의 장기인 '막판 스퍼트'가 나오지 않았다. 박태환은 250~300m 구간에서 29초02를 기록하며 쳐졌고, 마지막 50m 구간에서는 27초20을 기록했다. 결국 올해 자신의 최고 기록인 3분44초26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기록으로 예선 탈락을 아픔을 맛봐야 했다.

예고된 부진이다. 박태환에게 이번 올림픽까지 가는 길은 험난한 여정이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실시한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2016 리우 올림픽을 노리던 박태환의 '결정적 실책'은 여기부터 시작됐다.

세계반도핑규정(WADA)에 따라 18개월 선수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그는 징계 중 훈련장을 구하지 못해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옛 스승 노민상 감독이 있는 꿈나무 수영교실에서 일반인 회원으로 등록해 훈련을 하기도했다. 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한 건 자격 정지 징계가 풀린 3월 이후 약 5개월 정도다. 그 사이 국제 대회 출전은 지난 7월 호주 그랑프리 대회가 유일했다. 훈련양도, 실전 경기도 너무나 부족했다. 하지만 징계가 풀린 후에는 대한체육회와의 갈등 때문에 훈련에만 집중할 수가 없었다.

대한체육회도 박태환의 부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대한체육회는 '도핑 위반으로 경기단체로부터 징계받은 선수는 징계가 해제된 날로부터 3년 동안 국가대표로 선발할 수 없다'며 박태환의 리우 출전 금지를 선언했다. '이중 처벌' 논란이 계속 됐지만 대한 체육회는 입장을 고수했고, 그 사이 이미 경쟁자들에 비해 훈련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박태환은 불안한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결국 국내 법원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결로 박태환은 지난달 극적으로 리우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올림픽을 향해 하루하루 물살을 가르던 경쟁자들과의 차이는 너무나 벌어져 있었다. 박태환은 끝내 도핑 파문의 흔적을 지워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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