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중1이면 화재예측 판단능력 있어”
부모에도 자녀보호ㆍ감독 소홀 책임 물어
중학생들이 놀이터에서 불을 내 시설물을 태웠다면 부모들과 함께 화재 피해 보상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 공현진 판사는 “김군(15) 등은 화재 당시 만13세 중학교 1학년생으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놀이기구 안에서 불을 붙일 경우 놀이기구에 불이 옮겨 붙거나 주변으로 불이 번질 수도 있음을 예측할 정도의 판단능력이 있었다”며 보험사에 5,38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공 판사는 학생들의 부모에 대해서도 “자녀들이 늦은 시간까지 길거리를 배회하지 않고 안전 조치 없이 불을 피우지 못하게 주의를 줘야 할 보호ㆍ감독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화재가 발생했으므로 손해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생들이 미성년자였고 놀이터 주변에 종이상자가 쌓여있어 불을 피우기 쉬웠던 점, 새벽 4시를 넘긴 시간에 청소년들이 불을 피우는 것을 아무도 제지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김군 등은 중학생 3명은 지난해 1월13일 새벽 4시30분쯤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나와 거리를 배회하다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을 피우기로 했다. 아파트 노인정 앞에 쌓여있던 종이상자를 가져와 PC방에서 주운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불은 놀이시설의 플라스틱 기둥에 옮겨 붙으며 크게 번졌고 놀란 학생들은 달아났다. 주민 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해 화재를 진압했지만 놀이시설과 가로등, 스피커 등이 불에 타거나 오염돼 7,69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아파트 측에 화재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학생들과 부모가 화재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들을 상대로 보험 지급액을 배상하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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